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23조원에 육박하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따냈다. 지난해에만 4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되는 파운드리 사업이 반등의 계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9월 4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7만원 선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165억4416만 달러(약 22조764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8709억원의 7.6%에 해당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 규모다. 계약 기간은 이달부터 2033년 12월까지다.
삼성전자는 애초 경영상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계약 발주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직접 계약 사실을 공개했다. 머스크 CEO는 “삼성의 미국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삼성은 AI4 칩을 생산 중이며 (대만의) TSMC는 AI5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165억 달러라는 수치는 최소 금액”이라며 “실제 생산량은 그보다 몇 배 더 많을 것 같다”는 언급도 했다. 이번 계약 규모가 삼성전자의 이날 공시 내용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AI4·AI5·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칩으로 주로 차량에 탑재돼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수행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 삼성은 평택공장에서 AI4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에 가동될 예정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활용해 AI6를 제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2나노급 최첨단 공정으로 빅테크 물량을 수주한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번 계약 소식에 힘입어 전 거래일 대비 6.83% 오른 7만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동안 대형 외부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해 고개 숙였던 파운드리 사업이 테슬라의 손을 잡으면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