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잡은 삼성 파운드리… TSMC 추격전 본격화

입력 2025-07-29 02:05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22조8000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따내면서 오랜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와의 격차를 줄일 계기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세계 1등을 하겠다며 선언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현실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8일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로부터 22조764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33년 말까지로,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앞으로 최소 8년 6개월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첨단 2~4나노(1nm=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한 인공지능(AI) 칩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내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해당 공장을 짓고 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막힌 혈’을 뚫는 희소식이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1조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DS 부문의 부진은 파운드리 적자 탓이 컸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며 삼성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메모리에서 번 돈을 비메모리(파운드리)에서 까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정상 수익구조가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현재 글로벌 경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위로는 대만에 치이고 아래로는 중국에 따라잡히는 형국이다. 대만 TSMC가 세계 시장의 67.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 SMIC가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리며 7.7%인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공급 계약을 계기로 파운드리 수율 개선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사의 설계대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작업인 파운드리는 수율을 안정적으로 올려야 고객 신뢰를 얻고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계약 체결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빅테크인 테슬라에 만족감을 주면 다른 곳에서의 대규모 주문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눈은 테슬라가 AI 칩을 투입할 완제품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테슬라가 삼성전자를 통해 생산한 2나노급 최신 AI 칩을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당시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이번 계약에 들어가는 초미세 2나노 공정 기술력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액적인 부분을 떠나 선단 공정에서 수주가 필요했던 삼성전자에 이번 계약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의미 있는 수익성 창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파운드리 사업부 가동률을 상승시키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