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계엄 당시 국무위원 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후 첫 신병 확보 시도다. 특검은 김 전 장관과 함께 이 전 장관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국무위원으로 보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지난 25일 이 전 장관을 불러 약 19시간 동안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소방청 등에 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계엄 선포 다음 날 대통령 안가에서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회동했는데, 특검은 2차 계엄 모의 또는 계엄 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토대로 특검은 이 전 장관이 계엄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전 장관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한 이유다. 특히 특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행안부 장관의 헌법적 책무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법상 행안부 장관은 국방부 장관과 더불어 계엄 선포 및 해제를 건의할 수 있는 계엄 관련 주무부처 장관이다.
특검은 실제 언론사 단전·단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했다. 직권남용죄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다. 하지만 특검은 이 전 장관 지시가 허석곤 소방청장을 거쳐 이영팔 소방청 차장, 황기석 당시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 지휘계통을 통해 전달됐다는 점만으로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박 특검보는 “미수라고 볼 수 없는 구체적 행위에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에서 의혹을 부인한 발언에는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다.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이 확보한 대통령실 CCTV 영상에는 이 전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문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장관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특검이 진행 중인 다른 국무위원을 향한 수사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공소장에 계엄선포문 사후 부서(서명) 의혹의 공범으로 적시된 한 전 총리를 이 전 장관과 함께 계엄에 동조한 국무위원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31일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