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상법 법사소위 통과… 당정 온도차

입력 2025-07-29 02:05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을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속도조절 신호를 보냈지만,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내 강행 수순을 밟고 있어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지 25일 만의 보완 입법이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소위 7차례, 공청회 2차례를 거쳐 충분히 논의했고 더는 늦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자본시장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법사위 전체회의 후 4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 이행 차원에서 ‘더 센 상법’ 개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난관에 처하면서 변수가 발생한 모습이다. 지난 17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국민일보 통화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기업 협조가 필요해 정부의 고민이 깊어 보였다”면서 “기업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상법 처리를 속도조절하려는 분위기가 엿보였다”고 전했다. 정부가 기업에 대미 투자를 유인하면서도 한편에선 경영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을 처리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는 의미다.

법안심사소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공청회에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미국·일본 등도 과거 집중투표를 의무화했으나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다”면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는 해외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제도이며 분리 선출 대상 확대는 기업의 경영 환경을 고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상법 개정안의 여당 단독 처리 직후 “미국과 관세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제계가 공포에 가까운 심각한 우려를 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상법도 개정하고 노란봉투법도 곧 통과시킬 예정이다. 우리 스스로 계속 자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혜원 한웅희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