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에 이어 유럽차도 대미 품목관세가 25%에서 15%로 대폭 낮아졌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27일(현지시간) EU산 상품에 15% 관세(상호관세 포함)를 확정한 무역협정의 결과다. 당장 대미 수출품 1위인 우리 자동차의 관세(25%)를 일본 및 유럽차만큼 낮추지 못할 경우 업계 및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과의 협상 시한도 촉박한 마당에 우리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지난해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국가는 1위가 일본, 2위가 독일이었고 가장 경합도가 높은 품목이 자동차였다. 지금껏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덕에 일본·유럽차(2.5% 관세)보다 다소간 경쟁력을 누려 왔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5%로 올라간 일본·유럽차의 관세가 15%로 내려간 반면, 우리차 관세가 조정이 안되면 상황이 역전된다. 쏘나타의 경우 미국 내 판매 가격(약 2만6900달러)이 일본 토요타 캠리(2만8700달러) 대비 2000달러가량 싸다. 반면 우리만 관세 25%의 부담을 안으면 쏘나타는 캠리보다 600달러 이상 비싸진다. 다른 모델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부품 포함)는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수출액 708억 달러(약 98조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관세 후유증에 대미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했고 현대차·기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나 급감했다. 제조업 근로자 10명 중 1명이 차·부품 업체에서 일하는 등 국내 제조업 고용 및 투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 자동차 분야다. 자동차만으로도 경제팀이 대미 관세 협상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미국은 일본엔 5500억 달러(760조원)의 투자와 쌀시장 개방을, EU엔 6000억 달러(약 829조원) 투자와 농산물 비관세 장벽 완화 조치를 받아낸 뒤 관세를 15%로 낮춰줬다. ‘거액의 투자+농산물 개방+관세 15%’가 협상의 뉴노멀이 된 모양새다. 미국과의 고위급 접촉도 턱없이 부족해 사정을 설명할 시간도 없었던 우리로선 벅찬 과제다. 그러나 미국의 일관된 협상 패턴에서 예외를 요구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여당이 양보에 따른 고통 분담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극대화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이해집단에 대한 설득과 민·관·정의 협력에도 나서야 한다. 자칫 자동차 등 제조업 생태계가 붕괴될 판이다. 어차피 기준은 정해졌다. 관세 15% 이하 타결이 협상의 마지노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