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분쟁

입력 2025-07-29 00:40

유네스코는 2008년 캄보디아와 태국 간 국경지대의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11~13세기 인도차이나반도를 지배한 크메르 왕조 때 지어진 이 사원의 건축 시기는 캄보디아의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 앙코르 와트보다 200~300년 앞선다. 앙코르 와트의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크메르 왕조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진 사원은 주변 자연환경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건축미를 지녔다는 평가다. 캄보디아는 이 사원의 이미지를 자국 지폐의 도안으로 사용할 정도로 자랑스런 문화 유산으로 여기고 있다.

문제는 이 사원의 위치가 118년 전에는 태국의 영토 안에 있었다는 것. 당시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프랑스가 1907년 국경을 획정하는 지도를 만들었는데, 측량 오류로 캄보디아 영토로 편입시켰다. 태국 정부는 캄보디아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1953년 이후 사원의 반환을 촉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두 나라 간 국경 분쟁의 시작이었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캄보디아의 손을 들어줬다. 태국이 지도의 오류를 알고도 수십 년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암묵적 동의로 봐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 사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자 양국 간 갈등은 더 깊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두 나라 군대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지난 5월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했고, 7월에는 태국군 병사 7명이 다쳤다. 급기야 지난 24일에는 대규모 교전이 벌어졌다. 이후 양국 군인 35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다쳤다. 피난민은 21만여 명에 달했다.

두 나라가 사흘만에 휴전 회담을 열기로 한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교전 중인 나라와는 관세 협상을 체결할 수 없다”고 하자 양국은 약속이나 한듯 바로 휴전 의사를 밝혔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나란히 36%의 관세가 예고된 상태다. 휴전이 성사된다면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지역 분쟁을 가라앉힌 드문 사례가 될 것이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