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접경지역인 태국 매솟의 ‘그레이스처치’ 수요예배 강단에 선 미얀마 난민 출신 20대 청년 5명이 한국인 선교사의 요청을 받아 즉석에서 찬양을 시작했다. 흘러나온 곡은 한국의 CCM 밴드 아이자야씩스티원의 ‘나의 하나님’. 기타와 드럼 등 수준급 연주는 물론 분명한 한국어 발음까지, 마치 한국교회 청년부 예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구호단체 기아대책의 단기선교 일정 중 이날 예배에 참석한 경북 경산의 은혜로교회 이창용(56) 목사는 “좋아하는 찬양인데 타국에서 듣고 함께 부르니 더 은혜로웠다”고 감격했다.
태국 외곽의 현지 교회 예배에서 한국어 찬양이 불리게 된 건 20년 넘게 이 지역을 섬겨온 한국인 선교사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이 지역에서 교회 개척 사역을 이어온 신정호(56) 선교사와 아내 이은영(55) 사모, 그리고 이들과 함께해 온 한국인 선교사 8가정이다.
태국과 미얀마에서 이 교회와 같이 그레이스처치란 이름을 사용하는 미얀마인을 위한 교회는 7월 말 현재 기준 90곳이 넘는다. 신 선교사는 “개척한 교회가 자칫 자랑거리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 수를 세지 않았다”며 “동역하던 한 단기선교사가 제작해준 지도 앱으로 추산할 뿐”이라고 웃었다.
1호 그레이스처치는 태국 치앙마이에 있다. 개척 초기부터 미얀마인이 담임목사를 맡았다. 아이들 150명을 포함해 300명이 예배드리며 홈스쿨링 형태의 교회 학교에서 60명이 공부한다. 교회 90여곳 중 90%가량은 태국에 있고 최근 몇 년 사이 미얀마 양곤과 따웅지, 따웅뚜윈지 등에 교회 8곳이 세워졌다.
사역의 최종 목표는 현지 교회의 자립이다. 그렇기에 교회를 설립하기 너무 어려운 곳을 제외하곤 현지 교역자가 교회를 이끈다. 그레이스처치 연합의 회장도 현지 목회자가 돌아가면서 맡는다. 신 선교사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교회가 필요한 곳에서 가정 예배를 드리며 현지 성도를 모으고, 이후 성도가 늘어나 예배당이 필요할 때 건축을 돕는다”며 “3년간 함께 예배드리면서 한국교회와 후원을 연결하고 5년 안에 독립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1~3호 교회 등 초창기 개척 교회는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 적게는 3~4곳에서 많게는 10곳의 이웃 교회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3년엔 미얀마 목회자들이 교역자 120여명과 가족 등 270여명을 초청한 전체 행사를 주관하기도 했다. 신 선교사는 “한국인 선교사들은 초대를 받아 참여했는데 현지 리더십이 성공적으로 이양됐다는 사실에 기뻤다”고 했다.
그레이스처치는 몽족 샨족 카렌족 등 고유 언어가 있어 현지교회에 적응이 어려운 미얀마 소수민족을 위한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얀마어로 예배를 드릴 수 없어 현지교회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2018년 무렵 매솟에 건립된 몽족교회는 몽족 출신 목회자 가정이 몽어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최근 단기선교 중 이 교회를 방문한 은혜로교회 이 목사는 “목회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누며 타국에서 온 한국인 선배 목회자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모습에 큰 도전을 받았다”고 말했다. 함께했던 김종언(60) 진량제일교회 목사도 “쉽지 않은 사역의 길임을 알기에 하나님의 위로하심, 일하심을 누릴 수 있길 기도했다”고 했다.
매솟·치앙마이(태국)=글·사진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