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조정석(45)의 계절이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에서 연타석 흥행을 기록하면서 조정석은 어느덧 여름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던 2019년 ‘엑시트’로 관객 942만명을 모은 데 이어 2024년 ‘파일럿’으로 47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무해하고 편안한 웃음을 주는 ‘조정석표 코미디’의 힘이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좀비딸’은 그 연장선에 있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조정석은 좀비로 변해버린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아빠 정환을 연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여름(흥행)의 남자’라는 타이틀이 감개무량하다”며 “텐트폴 시기에 영화를 개봉하는 건 영광스러우면서도 굉장히 부담되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장르적 성격이 강한 좀비 소재를 부성애 코드로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신선하다. 그가 출연을 결심한 것도 ‘아빠의 마음’에 공감해서였다. 그는 가수 거미와 결혼해 5세 딸을 키우고 있다. 조정석은 “감정신을 찍을 때 감정 조절이 안 돼 촬영을 멈춘 적도 있다. 내 부성애가 이 정도였나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합이 극에 유쾌함을 더했다. 좀비 손녀의 훈육을 위해 효자손을 드는 할머니 밤순 역은 이정은, 정환의 고향 친구 연화와 동배 역은 조여정과 윤경호가 각각 맡았다. 조정석은 “심각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동되는 위트가 우리 영화의 포인트”라며 “전형적인 표현이지만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자식, 친구 등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조정석의 코믹 연기는 극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다소 과장된 설정조차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자연스럽게 소화된다. 코믹한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배역의 확장성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조정석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고,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연기 변신은 배우로서 필요한 덕목이지만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자연스러운 작품 선택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2’에서 빌런으로 등장했는데 주변서도 깜짝 놀라더라”며 “조만간 제대로 된 악역을 보여드리겠다. 장르 불문 다양한 작품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