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까지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관세전쟁은 미국, 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통해 예상보다 큰 성과물을 챙기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15~20% 수준에서 관세율이 결정되면서 미국은 막대한 관세 수입을 얻고 있다. 올해 1~6월 미국 정부가 거둬들인 관세 수입은 872억 달러다. 연간 3000억 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29조2000억 달러의 1%가 넘는다. 심각한 재정수지 적자에 직면한 미국에 단비와 같은 재정 수입이다.
리쇼어링(해외 이전 생산 설비와 사업을 다시 본국으로 되돌리는 현상) 정책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고율 관세를 맞으면서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는 것보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늘리려는 미국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이 증가할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폭스바겐, 토요타 등 주요 해외 완성차 회사들은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해 단기적으로 캐나다, 멕시코 생산을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으로 생산 구조를 확충하는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일본은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약 55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의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은 여타 국가에도 적용될 전망이어서 미국은 타국 돈을 활용해 자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막대한 투자 준비금을 마련하게 됐다.
관세를 통한 중국 압박도 더욱 성과를 낼 공산이 커졌다. 이미 고율의 관세를 중국에 부과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1~5월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9.5% 감소하면서 중국 수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접적인 대중국 고율 관세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에 19~20%, 환적 상품에는 40%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사실상 아세안 등을 통한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 창구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수출 기업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반면 관세 정책이 미국 물가와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미국 내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경기 역시 견조한 추세를 유지 중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주요국이 맞대응에 나서기보다 수용하면서 관세 부담이 미국 기업이나 가계에 전가되지 않고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25%의 관세 영향이 반영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실적은 악화됐다. 관세를 수출 가격에 제대로 전가하지 못한다면 관세에 따른 악영향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관세 정책 후폭풍이 미국 경제에 시차를 두고 나타날 위험은 잠재해 있다. 하지만 당장 미국을 제외한 국가와 기업들의 관세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관세 정책에 힘을 받아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공급망 재편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최근 트럼프는 ‘AI 행동계획’이라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의 AI 모델과 인프라를 동맹국에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AI 산업의 미국 주도권을 확실시하면서 중국은 물론 동맹국의 AI 산업마저 견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이 관세전쟁에서 일방적 승리를 거두면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경제 및 산업 운동장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고 추진될 필요성도 더욱 분명해졌다. 특히 AI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힘도 못 쓸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