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친중’ 야당의원 24명 파면투표 부결… 라이칭더 타격

입력 2025-07-27 18:56
대만 제1야당 국민당 소속 의원 24명에 대한 파면투표가 모두 부결된 26일 타이베이에서 국민당 주리룬(왼쪽 세 번째) 주석과 의원들이 자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친중’ 성향인 대만 제1야당 국민당 소속 의원 24명에 대한 파면(국민소환)투표가 모두 부결됐다. 이번 투표를 통해 ‘여소야대’ 구도를 깨려 했던 ‘친미·반중’ 성향의 집권 민진당과 라이칭더 총통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26일 대만 중앙통신과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파면투표 개표 결과 모든 선거구에서 파면 반대표가 더 많아 부결이 확정됐다. 대만 공직인원선거파면법에 따르면 파면투표에서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고 해당 선거구 유권자의 25%를 넘으면 파면이 확정된다. 대만 사상 최대 규모의 파면투표였던 이번 투표에선 총 25개 선거구에서 모두 반대표가 더 많았다.

민진당은 지난해 1월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함께 치러진 총선에선 113석 중 51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당이 52석으로 원내 1당이 됐고 민중당도 8석을 확보해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됐다. 이번에 국민당 의원 12명 이상이 해임되면 재보궐선거가 열릴 때까지 민진당이 일시적으로 과반 의석을 점할 수 있었다. 또 재보궐선거를 통해 민진당이 과반 의석을 완전히 되찾는 것도 가능했지만 이런 구상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라이 총통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투표 결과는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다”며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대만을 지키려는 국가적 방향을 확립하고 국민 역량을 결집했다”고 자평했다.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누구도 일당독재를 꿈꾸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라이 총통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도 민진당과 라이 총통 비판에 가세했다. 천빈화 중국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통해 “민진당 당국은 ‘대만독립’과 ‘일당독재’를 위해 정치적 내분을 조장하고 반대 세력을 탄압하며 사회 분열을 심화시켰다”며 “이번 투표 결과는 민진당의 정치적 조작이 주민들의 의지에 완전히 반하며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친중’과 ‘친미·반중’으로 나뉜 대만 사회의 분열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당은 민중당과 연합해 정부 예산을 삭감하거나 행정부를 견제하는 법안을 잇달아 처리하면서 라이 총통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친여’ 시민단체들은 국민당 의원들이 친중 행보로 국가 안보를 해친다며 파면투표를 밀어붙였다. 국민당은 라이 정권이 반대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휘리국제정책자문그룹의 탄야오난 회장은 “파면투표가 모두 부결돼 국회 정당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국민당과 민중당이 이번에 민의가 다시 확인됐다며 더 독단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파면투표 대상이 된 국민당 의원 31명 가운데 장치전 부입법원장 등 7명에 대한 투표는 다음 달 23일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투표와 함께 실시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