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판 패”… “다음에 한판 더”

입력 2025-07-28 01:02
한화 이글스 류현진과 SSG 랜더스 김광현이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데뷔 이래 처음으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승리는 김광현의 몫이었다. 김광현은 6이닝 동안 2점만 내주며 팀의 9대 3 승리를 이끌었으나 류현진은 1이닝 만에 5실점 하며 교체됐다. 사진은 1회초를 마치고 두 눈을 질끈 감은 류현진(왼쪽)과 6회말 2사 실점 위기를 땅볼로 마무리하고 주먹을 불끈 쥐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광현. 연합뉴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두 좌완 에이스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김광현(SSG 랜더스)의 첫 맞대결은 김광현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기대와 달리 싱겁게 끝난 ‘류김대전’에 김광현은 “류현진 형과 좋은 컨디션에서 다시 붙고 싶다”며 재대결을 기약했다.

김광현은 지난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화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1볼넷 2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6승(7패)째를 수확했다. 2회와 3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선두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했으나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1이닝 4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한 류현진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김광현의 호투를 앞세운 SSG는 한화를 9대 3으로 꺾었다.

김광현은 이날 최고 시속 150㎞ 강속구를 뿌리며 혼신의 투구를 펼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시속 150㎞ 공을 던진 것은 지난해 4월 10일 키움 히어로즈전으로 무려 472일 전이었다. 김광현은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 형과 맞대결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투수전을 펼쳐 최고의 경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1회에만 32개의 공을 던진 뒤 다음 이닝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가 선발로 나서서 1이닝 만에 교체된 건 데뷔 이후 처음이다. 한화 구단은 류현진의 몸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부상이 아닌 컨디션 난조로 인한 강판이었다.

김광현은 류현진에 대한 변함없는 존경심을 표했다. 김광현은 “팀이 1회부터 대량 득점을 해줘서 고마웠다”면서도 “류현진 형은 나에게 ‘대투수’다. 항상 올려다보는 입장이었기에 조기 강판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서로 좋은 컨디션에서 다시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비록 경기는 기대와 달리 허무하게 끝났으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두 투수가 마주한 장면은 팬들에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KBO리그를 평정한 뒤 나란히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던 류현진과 김광현은 선수 생활 황혼기에 한국으로 복귀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한미 통산 200승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맞붙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두 선수를 동시에 지도했던 김경문 한화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당시 둘의 활약 덕분에 금메달을 땄고, 그 덕분에 현재까지 감독 생활을 하고 있다”며 “두 선수 모두 부상 없이 오래 던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