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위키드’, K뮤지컬로 온 ‘개츠비’… 관객 선택은

입력 2025-07-28 01:07
1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위키드’ 중 금발의 글린다와 초록 피부의 마녀 엘파바의 모습. 에스앤코 제공

최근 국내 공연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팬덤 위주의 관람 문화다. 관객들은 낯선 해외 아티스트보다 친숙한 한국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오리지널 내한 뮤지컬보다 인기 있는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 라이선스 뮤지컬의 흥행 성적이 좋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여름 무대에 오르는 ‘위키드’ ‘위대한 개츠비’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내한 뮤지컬 세 편은 개막 전부터 티켓 예매 상위권에 오르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각각 다른 매력과 배경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남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3년 만의 내한공연으로 만나는 ‘위키드’(~10월 26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는 지난 12일 개막 이후 빈 좌석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위키드는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을 200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무대화한 작품이다. 사악한 마녀로 알려진 초록 피부의 엘파바와 착한 마녀인 금발의 글린다 사이의 숨겨진 이야기로 각색했다. 2003년 초연 당시 12.4m의 거대한 용, 날아다니는 원숭이, 350여벌의 의상 등 정교하면서도 거대한 무대 메커니즘과 ‘디파잉 그래비티’ ‘파퓰러’ 등 귀에 쏙 꽂히는 넘버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전 세계 17개국에서 70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한국에서는 2012년 첫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열렸다. 이후 2013~2014년, 2016년, 2021년 라이선스 공연에도 여전한 인기는 지난해 뮤지컬을 실사화한 영화 ‘위키드’ 영향이 크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신시아 에리보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뮤지컬 ‘위키드’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오는 11월 개봉하는 영화 ‘위키드: 포 굿’은 뮤지컬 2부를 담고 있다.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만 224만명으로, 이중 뮤지컬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기획사 에스앤코의 분석이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위대한 개츠비’(8월 1일~11월 9일 GS아트센터)는 미국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1920년대 물질주의가 만연했던 뉴욕을 배경으로 백만장자 개츠비의 삶과 사랑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타락과 절망을 그렸다. 한국인 프로듀서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리드 프로듀서는 프로덕션의 전반적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하며, 아시아인 단독 사례는 신 대표가 처음이다.

신 대표는 작가 피츠제럴드 사후 80년이 지나 저작권이 풀리는 2021년을 겨냥해 원작의 뮤지컬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극작가 케이트 케리건, 작사가 네이슨 타이슨,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안무가 도미니크 켈리 등 참여한 프로덕션은 지난해 4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식 개막해 오픈런 공연 중이다. 지난 4월 11일 영국 런던 개막에 이어 서울 공연까지 3개국 동시 공연인 셈이다.

1920년대 미국의 화려함을 담아낸 무대와 의상, 당시 유행했던 재즈를 기반으로 한 세련된 음악과 군무를 자랑한다. 지난해 토니상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기사로만 접했던 K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를 직접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 팬들의 관심이 높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2005년 국내 초연 장면. 국민일보DB

‘노트르담 드 파리’(9월 3~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앞선 두 작품과 달리 프랑스 뮤지컬이다. 작가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집필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5세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소녀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꼽추 콰지모도, 신부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엇갈린 사랑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편견, 사회의 부조리를 담았다. 작곡가 리카로드 코치안테, 작사가 겸 대본가 뤼크 프라몽동, 연출가 질 마으 등이 손잡고 1998년 파리에서 선보인 직후 프랑스 국민 뮤지컬 반열에 올랐다. 지금까지 30개국에서 9개 언어로 공연돼 누적 관객 15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2005년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처음 소개됐다. 프랑스 뮤지컬은 대사 없이 노래로 전개되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이다. 초연 당시 프랑스 뮤지컬만의 매력을 한국 관객에게 각인시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각각 6번의 내한 공연과 라이선스 공연이 이뤄졌다. 국내 공연된 외국 뮤지컬 가운데 내한 공연이 가장 많이 이뤄진 것은 샹송 느낌의 뮤지컬 넘버가 프랑스어로 불릴 때 특유의 진한 감성이 묻어나는 것을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국내 초연 20주년 기념 투어로, 프랑스 초연부터 27년 이상 프롤로 역을 연기해온 전설적인 배우 다니엘 라부아가 참여하는데 사실상 고별 공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