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몰랐다”는 경찰 지휘관… 사제 총기 사건 현장에 없었다

입력 2025-07-27 18:29
지난 21일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사제 총기 살인 사건 발생 당시 관할 경찰서 지휘관이 70분 넘게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피의자 A씨(62)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33층 집에서 아들 B씨(33)에게 사제 총기를 쐈다는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 20일 오후 9시31분이다.

당시 총격을 받고 쓰러진 B씨의 아내는 자녀들과 방 안으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동 ○호다. 남편이 총을 맞았다”고 신고했다. 이어 아내는 2분간 통화한 뒤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이어진 6분간의 통화에서 “남편이 피를 많이 흘렸고 아버지가 밖에서 총을 들고 계세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초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총기 범죄 발생을 인지하고 최단 시간 출동 지령인 ‘코드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을 발령했다. 이후 10분이 지난 오후 9시41분부터 순찰차 3대가 차례대로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매뉴얼에 따라 일선 경찰관들을 지휘해야 할 연수경찰서 상황관리관인 C경정은 현장에 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매뉴얼상 코드0 발령 시 상황관리관은 초동대응팀(신속대응팀)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다가 주무과장이 도착하면 지휘권을 이양해야 한다. 경찰서 규모나 상황관리 인원 등을 이유로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면 초동대응 팀원 중 선임자를 팀장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지휘관 부재 속에 경찰은 신고 접수 70여분 만에야 피의자 A씨의 위치를 확인했다. 경찰 특공대는 오후 10시16분쯤 현장에 도착해 오후 10시40분쯤 내부에 진입했다. 그러나 A씨는 이미 달아난 뒤였다. A씨는 최초 신고로부터 10분이 지난 오후 9시41분쯤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왔고 몰려든 인파 사이를 통해 현장을 벗어난 뒤 인근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렌터카를 타고 도주했다.

C경정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특공대가 내부에 진입해 A씨가 현장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10시43분 이후다. 또 당시 B씨 집의 도어록이 A씨의 총격으로 파손돼 언제든지 개방할 수 있었으나 경찰은 특공대 진입까지 문을 열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CCTV 확인 등도 도주 이후에나 진행됐다.

C경정은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경찰서 내에서 무전을 대신 받으며 최대한 현장 경찰관들을 지휘하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당시 연수경찰서 상황관리관이 신고가 접수된 지 70분 만에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것, 경찰 특공대가 접수 이후 1시간여 만에 집 안에 진입한 것 등이 해당된다.

인천=김민 기자, 조민아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