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책을 추천할 기회가 많았다. 예전에 추천한 적이 있는 책보다는 새로운 책을 추천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추천을 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고르는 동안 책상 위에 수북하게 책이 쌓인다. 모두 인상적인 책이었음에도 굳이 추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이미 유명한 책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책을 추천할 때에 나의 기준은 숨겨진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하게 된 책보다는 선택하지 못한 책이 더 마음에 오래 남는다. 어떤 책은 나만 알고 있고 싶은 야릇한 마음 때문에 선택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표면에 드러난 나의 추천서가 나의 최고의 책이 맞는 걸까. 책 추천 이후에 추천자인 나에게 남는 소회는 결국 이런 식이다.
독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동네서점의 행사에 초대됐을 때도 비슷한 곤경이 뒤따른다. 누군가가 근래에 읽은 좋은 책을 공유해 달라고 말한다. 그럴 때에 내 대답은 자주 회의적인 쪽이다. 추천을 받아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보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거나 서점에 가서 책 제목과 목차, 책 표지나 저자 소개 등에 이끌려 괜시리 쓸데없이 책을 뒤적거리는 일을 자주 해보라는 팁을 드린다. 당연히 그런 식의 독서는 추천받은 독서보다 낭비의 시간을 낳을 확률이 높다. 비효율적인 셈이다.
좋은 책을 읽게 될 확률이 낮은 반면 이 경험들이 쌓이면 나 자신만의 싫고 좋은 기준을 얻을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안목은 좋은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나쁜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자 좋고 나쁨에 대한 자기 기준이 체험적 논리적으로 누적된 경우에만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다. 더욱이 낭비의 시간과 비효율의 경험은 자신의 독서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고 싶은지, 자신의 욕망을 알아채는 독서가가 될 수 있다. 나는 어제도 비효율의 독서를 했다. 동시에 눈이 번쩍 뜨이는 책도 만났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김소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