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 부과 시한 하루 전 협상, 경제 명운이 달렸다

입력 2025-07-28 01:20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간 관세 협상이 오는 31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린다. 통상교섭본부장까지 포함한 ‘2+2’ 협상이 미 측에 의해 갑자기 취소된 지 일주일 만이자,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시한(8월 1일) 꼭 하루 전이다. 협상이 타결된 일본, 타결이 가시권인 유럽연합(EU)·중국과 달리 한국은 고위급 관세 협상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느린 협상 속도를 만회할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정부 부담이 클 것이다.

협상 전망은 안갯속이라 봐야 한다.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핵과 조기 대선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나 현 정부 대미 통상 협상의 경우 차관급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주로 나섰다. 구 부총리는 2+2 협상 하루 전날인 지난 24일 일방적으로 미국의 취소를 통보받았고 지난주 방미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대면 만남에 실패했다. 뒤늦게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났지만 무위에 그쳤다.

31일 협상은 시한 내 우리 경제수장이 참석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리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미 통상 성패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명운이 좌우될 수 있다. 우리에게 수출은 경제 그 자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수출 비중은 4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0%)보다 월등히 높다.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일본(22.8%)의 두 배에 달한다. 이에 수출이 내수를 견인하는 구조다. 관세 협상이 삐끗하면 경제와 민생에 직격탄이다. 미국 관세정책이 강행되면 실질 GDP가 0.3∼0.4% 감소할 수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는 게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관세 전략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간 정부·여당은 지지층을 의식해 ‘쌀 수입 확대’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은 레드라인(절대 불가)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일본이 농산물 시장 개방에 합의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한 나라를 지켜보고 있다”며 사실상 한국을 겨냥하자 뒤늦게 협상 대상에 농산물을 포함시켰다. 상대 관심사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주말 “미국의 조선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선에 대한 미국 관심은 지난해 트럼프 당선 이후 무수히 나온 내용이다. 관세 시한이 코앞인 지금 이를 대단한 협상카드인양 내세우는 게 적절한가. 시행착오는 이쯤이면 됐다. 국익을 위해 어떤 분야를 양보하고 지킬지 결정할 때다. 미국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을 고려해 최소한 일본만큼의 품목관세 인하(자동차, 25%→15%)는 마지노선이 돼야 한다. 국익에 진영의 득실은 안중에도 없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