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조차 더위에 지쳐 엎드린다는 삼복(三伏)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로 복(福)을 전하고 있다. 삼계탕 삼겹살 냉면 수박 등 다양한 여름 음식이 어르신들의 건강과 마음을 함께 챙기고 있다.
서울 꽃재교회(김성복 목사)는 지난 23일 초복과 중복 사이에 ‘브라보 시니어’ 행사를 열고 인근 성동구와 중구 어르신 500여명을 초청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서 교회는 정성껏 준비한 삼계탕 600인분을 내놓았다.
꽃재교회 삼계탕의 특징은 양질의 재료다. 인근 경동시장에서 공수한 4년근 국내산 수삼을 그릇당 한 뿌리씩 넣었다. 마늘과 닭육수의 배합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닭은 한 마리에 500g 정도 되는 생닭을 사용했다. 정혜옥 총여선교회 회장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뼈째 담긴 한 그릇이어야 어르신들께서 진짜 대접받았다고 느끼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봉사에는 주방을 비롯해 안내와 선물 증정 등 교인 100여명이 나섰다. 잔반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은 삼계탕 맛의 비결을 묻자 정 회장은 “몸은 고단했지만 함께하는 기쁨으로 감당했다”며 “음식 맛은 결국 마음에 달렸다”고 답했다. 교회는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버 레크리에이션과 공연, 장수 사진 촬영과 액자 증정까지 하루를 실버 봉사로 채웠다.
어르신들의 입맛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여름 밥상은 곳곳에서 전달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성만교회(이찬용 목사)는 복달임 메뉴로 삼겹살을 선택했다. 최근 초복을 앞두고 교회 장로들이 150여명의 지역 어르신에게 묵은지와 함께 구운 ‘김치 삼겹살’을 대접했다. 어르신들의 요청에 따라 메뉴를 선정했다. 성만교회는 2022년부터 예배당 인근에 행복한식당을 열고 75세 이상에겐 한 끼에 1000원만 받는 식사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교회는 이왕이면 제대로 대접하자는 생각에 경기도 가평의 유명 식당에서 둘레 길이 2m 넘는 대형 솥뚜껑을 구매했다. 육즙을 지키기 위해 냉장 삼겹살 50㎏을 잘게 썰지 않고 통으로 주문했다. 열기와 맛을 유지하기 위해 주방에서 초벌구이한 뒤 솥뚜껑에서 한 번 더 지글지글 익혀냈다. 이찬용 목사는 “혼자 하면 노동이지만 함께하면 축제”라며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였지만 준비하는 장로들도 대접받는 어르신들도 얼굴이 활짝 폈다”고 전했다.
중복인 오는 30일에는 청년들이 나선다. ‘청년 주관 여름 밥상’이다. 솥뚜껑 삼겹살을 다시 한번 대접하지만, 이번엔 냉면이 추가된다. 냉면은 교인이 운영하는 식당의 조리법을 따라 조리할 예정이다. 이 목사는 “콩국수와 냉면이 먹고 싶다는 어르신들 요청이 많았다”며 “냉면과 삼겹살은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되는 조합”이라고 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어르신들에게 자존심 비용 1000원을 받는다.
서울 신내교회(김광년 목사)에서는 지난 23일 서울 중랑구 신내1동 새마을부녀회가 주관한 삼계탕 나눔 행사가 열렸다. 교회는 조리 시설과 식당 공간을 제공했고 250명의 어르신이 삼계탕을 대접받았다. 김광년 목사는 “교회들이 꼭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공간을 열면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보조를 맞춘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고 말했다.
여름 더위에 맞설 대표 과일인 수박을 나눈 곳도 있다.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웨사본·대표회장 홍성국 목사)는 지난 25일 경기도 부천 시각장애인연합회 쉼터에서 120명과 수박을 나눴다. 부천 예닮감리교회(김상래 목사)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는 60대 이상 시각장애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쉼터 이용자를 위해 마련됐다. 웨사본은 평소에도 이곳에서 무료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