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영화관 6000원 할인권

입력 2025-07-28 00:40

‘영화의 나라’ 프랑스는 2000년대 초부터 ‘극장 구독제’를 시행 중이다. 1년 약정으로 매달 약 20유로(약 3만2500원)를 내면 제휴 극장에서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일종의 ‘극장판 넷플릭스’인데 가입 첫 3개월은 특가가 적용되고 청년 할인 등 부가 혜택도 많다. 미국 영국 독일 등도 비슷한 영화관 멤버십을 운영 중이며 반응이 좋다. 구독제를 기반으로 극장 개봉작을 찾는 관객 층이 탄탄해지면서 제작·상영 편수가 늘고 독립·예술영화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일본 역시 매주 수요일 여성 할인, 연령별 할인 등 체계적인 가격 정책으로 관람 선택지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 티켓 가격은 멀티플렉스 일반관 성인 기준으로 평일 1만4000원, 금요일 포함 주말 1만5000원이다. 해외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상시 할인 혜택은 부족하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할인이 적용되지만, 이마저도 하루 종일이 아닌 오후 5시 이후 일부 영화에만 한정된다.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관객 수는 아직 절반 수준만 회복됐고, 극장들은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영화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배포한 6000원 할인권은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배포가 시작된 지난 25일 오전 10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주요 영화관 홈페이지는 줄줄이 마비됐다. 대기 인원 10만명, 예상 대기 시간은 14시간 이상이라는 문구가 떴다. 단지 6000원만 싸게 해줘도 극장에 영화를 보러 오겠다는 관객이 이렇게 많았던 것이다. 관객이 극장에 발길을 끊은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 부족이 아니라 가격 부담이었나 보다.

극장들은 이제 티켓 가격 자체를 낮추는 구조적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시간대별·요일별로 요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해외에서 이미 성공한 구독제 모델,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상시 할인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한 반짝 이벤트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