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인권센터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국회는 표면적으로만 센터 권한 확대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를 낼 뿐 실효성 있는 절차는 만들지 않고 있다. 말로는 권한 강화를 외치지만 실제론 국회의원 대부분이 자신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 국회인권센터의 존재를 원하지 않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의장실은 국회인권센터가 의원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조사하기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다. 의장실 관계자는 27일 “(국회인권센터는) 국회의원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며 “국회의원의 인권 침해 여부는 애초에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규정이 국회의장 재가를 받아 최종 확정되면 국회의원 갑질은 국회인권센터가 조사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또 이 같은 국회 입장은 본래 설립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회는 2018년 국회인권센터 신설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국회의원·국회직원의 인권보호 및 인권의식 증진을 위해 독립된 기구를 신설하려는 것”이라며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일부 국회의원 또한 꾸준히 국회인권센터의 독립과 강화를 말해 왔지만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2021년 11월 10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동작을)은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국회인권센터가 국회사무처 감사관 산하로 편성된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조사권과 조사 관련 절차도 세세하게 시행규칙을 정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이 “예”라고 답했지만 권한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감사관실에서 분리하고 사무총장 직속 기관, 독립된 기구로 격상시킬 의향이 있나”고 묻자 김민기 사무총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회인권센터의 국회의원 직권조사 필요성은 국회 연구에도 명시돼 있다. 국회사무처와 한국노동연구소가 공동 연구해 2023년 6월 발간한 ‘제1회 국회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는 ‘독립적 직제와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 권한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2022년 5월 발의했던 ‘성평등 국회 실현을 위한 실천 결의안’에도 국회가 국회인권센터의 위상을 높이고, 객관적 조사를 위한 세부 규정을 제정토록 명시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가해자인 사건에 대해 국회의장실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해 다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부정부패·막말 등 각종 의혹으로 21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에 회부된 국회의원 징계안 52건 중 징계가 의결된 건 단 한 건도 없다. 국회의원이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구성상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독립적 조사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보좌진은 “결국 국회의원과 사무처 고위 공무원들 스스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한웅희 김판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