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주담대 이자놀이’ 경고에… 당국, 금융권 ‘긴급 소집’

입력 2025-07-28 00:21

금융 당국이 28일 금융권 각 협회장을 긴급 소집한다. 금융권의 ‘이자놀이’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이 나오자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투자금을 주식 등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도록 하는 데 각 금융사가 힘써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8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의 협회장을 불러 간담회를 연다. 이 행사는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가 확대되는 데도 신경을 써달라”고 발언한 이후 갑자기 잡힌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권 각 협회장을 불러 예대 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는 돈이 자본 시장과 미래 산업, 벤처·스타트업 등으로 유도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구상 중인 100조원 규모의 국민 펀드에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수 있다. 정부는 이 펀드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재생에너지 등 첨단 전략 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각 금융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법·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이 아닌, 더 생산적인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금융권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차원”이라면서 “금융 당국도 각 금융사의 노력을 도울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1인당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묶은 6·27 대출 규제를 내놓은 뒤 급격히 불어나던 가계대출은 어느 정도 진정된 상황이다. 규제 시행 후인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18영업일간 은행권 일평균 가계대출 신청액은 1조7828억원으로 규제 시행 전인 전달 1~27일(18영업일) 신청액(4조990억원)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다만 주택 구매 수요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은 만큼 가계대출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 당국은 사업자대출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업체 대출, 대부업체 대출 등 6·27 규제의 우회로로 악용될 수 있는 상품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컸던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