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회인권센터 신설 논의 과정에서 조사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한다는 방침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공식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2년 박완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사건 역시 국회인권센터가 정식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후 국회의장실과 국회사무처는 조사 대상에 국회의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일보가 27일 과거 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국회사무처는 국회인권센터의 조사 업무 범위에 국회의원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2021년 4월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국회인권센터의 역할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조용복 당시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은 “성희롱, 성폭력 등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을 한다”며 “인권교육과 성비위 사건 등에 대한 조사 업무를 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업무 영역에 국회 보좌관이나 국회의원까지 포함하는 것이냐”고 묻자 조 사무차장은 “의원님까지 포함한 겁니다”라고 답했다. 2022년 1월 국회인권센터의 공식 개소를 앞둔 시점이었다.
국회의원들 역시 조사 범위에 국회의원이 포함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2022년 5월 17일 국회 운영위에서 이춘석 당시 국회사무총장은 박 전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이 국회인권센터에 신고됐는지 묻는 말에 “박 의원실 보좌직원 한 명으로부터 인권센터에 신고가 들어온 사실은 있다”고 답했다. 이어 “피해자의 의사가 가장 존중된 상태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이후 경찰에 박 전 의원을 고소한 뒤 국회인권센터 신고는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조사 대상에 국회의원은 제외된다는 취지로 답변하기 시작했다. 2024년 9월 12일 국회 운영위 예결소위에서 박태형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은 인권센터의 의장 직속 독립기구화 필요성에 대해 “의장 직속 독립기구라면 의원님들을 다뤄야 하는데, 지금 의원님들은 아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현재 법체계상 조금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2024년 11월 20일 국회 운영위 예결소위에서도 “인권센터 업무가 지금 의원님을 상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런 입장은 국회인권센터의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2023년 국회 인권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했던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입법 과정 특성상 국회는 인권침해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라며 “실질적으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센터의 권한을 강화하든지, 선진국처럼 외부 조사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인권센터는 2018년 전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권력형 성폭력 사례가 불거지면서 미투운동을 계기로 신설이 추진됐다.
김판 한웅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