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놓친 작업장 위험, 안전감독관이 밀착 점검한다

입력 2025-07-28 01:21
고용노동부 소속 산업안전감독관이 지난 23일 충북 진천의 목재 연료 가공 공장을 찾아 산업재해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23일 충북 진천 소재 A사의 목재 연료 가공 공장. 고용노동부 소속 산업안전감독관들이 18만6905㎡(약 5만7000평)에 달하는 공장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었다. 감독관들은 나무조각을 고온고압으로 압축한 ‘목재 펠릿’을 만드는 이 공장에서 끼임·추락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특히 지난달 공장 현장점검 때 지적했던 안전규정 위반 사항이 개선됐는지가 주요 점검 항목이었다. 목재 파쇄 설비 조작 장치에는 전에 없던 ‘정비 중 조작 금지’ 표시가 부착돼 있었다. 중장비를 옮기는 인양 갈고리에도 매단 밧줄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더해졌다. 대형 공기정화 설비 옆에 있던 고위험 임시 작업대는 철거됐고, 안전 난간이 포함된 새 작업 발판이 들어섰다.

정부가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줄이는 차원에서 기업 자율에 맡기던 영역에도 점검을 확대하면서 현장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A사 관계자는 “현장 필요에 맞춰 그때그때 작업장을 재구성하다 보면 그게 법 위반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안전감독관들이 회사가 모르는 안전 법규를 미리 가르쳐줘 처벌받는 상황을 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현장 밀착형 관리·감독·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산재를 근절하려면 당국의 개입을 강화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수의 중소·영세 사업장은 안전관리 체계나 전문 인력을 갖출 여력이 부족하다. 노사 자체적으로 위험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굳어진 고위험 작업 방식 등 기업 내부 문제가 산재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도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을 어렵게 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산재 발생 시 처벌 중심의 법 집행으로 사업주의 책임 이행을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 확충 및 전문성 제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강화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첫날인 지난 24일 건설현장을 불시 점검하고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 추진을 선언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재 이력과 위험 요인을 고려해 취약 사업장 약 2만6000곳을 선정하고, 취약 사업장 전담 감독관을 지정해 위험 요인을 사전 차단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7일 “안전한 일터는 노사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라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안전보건 투자는 필수”라고 말했다.

진천=글·사진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