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기로에 선 대한민국을 위한 현명한 선택

입력 2025-07-28 00:34

밖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기업의 대미 투자금 조달이 과제

안으로는 경영 옥죄는 입법들
상법·노란봉투법, 주 4.5일제에
법인세, 증권거래세 인상까지

기업이 투자 꺼리지 않고
노동자를 실업자로 만들지 않는
합리적 정책 더욱 숙고해야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시한이 1주일도 남지 않았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관세 압력에 굴복해 보편적 관세에 품목별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하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은 예상을 뒤엎고 15% 상호관세율에 전격 합의했는데, 여기엔 5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투자 조건이 포함됐다. 대신 지난 4월부터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됐던 25%의 추가 관세를 절반으로 줄이고, 기존 관세인 2.5%를 더해 15%로 전격 합의한 것이다.

일본의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아직 상호관세율에 합의하지 못한 우리의 운신 폭이 크게 좁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를 줄이려면 돈을 내라며 공공연히 압박하고 있다. 일본이 제시한 5500억 달러에 버금가는 투자를 약속하지 않으면 일본과 비슷한 수준인 15% 상호관세율에 합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제시한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모두 합쳐도 1000억 달러에 불과한 현실에서 추가적으로 4000억~4500억 달러의 투자 보따리를 마련하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최대 과제가 됐다.

그게 다가 아니다. 쇠고기와 쌀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한 개방 요구도 강하다.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10배 증액하라는 것과 함께 동북아 세력 균형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도 강력히 요구받고 있다. 그것은 곧 중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시장에서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안보의 근간이었던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와 북한 핵 위협을 혈혈단신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외부 압력뿐이라면 어떻게든 힘을 합쳐 극복하자고 기업과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재명정부는 국내 기준으로는 진보좌파 정권이다. 성장보다 분배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는다는 말이다. 정권을 잡자마자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는데, 그중 민생회복지원금이란 이름으로 13조2000억원을 편성해 1인당 15만~55만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선심을 썼다. 그러고는 윤석열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재정이 파탄났다면서 증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가 25%로 인상했던 법인세율을 윤석열정부에서 1% 포인트 인하해 현재 법인세율은 24%인 것은 맞는다. 그러나 세수가 줄어든 이유는 경기가 나빠져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지 법인세율을 인하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인하마저도 사실은 국회를 지배한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민주당은 법인세율 인상과 함께 재계가 반대해 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향후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포함한 더 강력한 상법 개정안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범위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의 신속한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거기에 임금 감소 없는 주4.5일제 논의를 비롯해 기업의 생존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규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재명정부는 또 증권거래세를 현행 0.15%에서 2.0%로 0.5% 포인트 인상한다고 한다. 증권을 사고팔 때 부과되는 증권거래세가 부자 과세라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이미 증권 투자는 중산층의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이자율이 극도로 낮아진 현실에서 부동산 투자보다 건전한 증권시장에의 투자를 독려하면서 증권거래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개미투자자들의 등골을 빼 먹겠다는 발상이다.

법인세율을 아무리 높여도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 법인세를 낼 수 없다. 경영권이 위협받거나 기업인의 책임이 과도하게 강화되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릴 것이다. 안팎으로 위협받는 기업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요구가 오히려 이 나라를 탈출할 기회로 인식되지 않을까.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각종 입법이 수년 후 보호할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원인이 되지는 않을까. 기로에 선 대한민국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무엇일지 이재명정부는 더욱 숙고해야 할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