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한·미동맹의 도전과 과제

입력 2025-07-28 00:32

최근 한·미동맹과 관련해 여러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방위비 5% 증액 필요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미국이 한반도에서 미군과 한국군 간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하는 동맹 현대화를 요구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새롭게 제기된 동맹 현대화는 가장 근본적 안보 사안이다. 한·미동맹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이뤄진다면 이에 따라 방위비나 주한미군 조정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동맹 현대화의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6·25전쟁으로 가속화된 한반도 냉전의 산물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가 한·미동맹의 주된 과제였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침공을 막는 동시에 이승만정부의 북진 시도를 억제하는 이중 봉쇄 목적에서 한국의 동맹 체결 요구에 응했다. 냉전기에 걸쳐 동맹은 굳건히 유지되지만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 간 인식차로 긴장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1970년대 닉슨·카터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한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60년대에도 케네디·존슨 행정부는 주한미군 철수를 심각하게 검토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과도한 군사적 보장을 줄이려 했고, 한국은 북한 위협 앞에서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까 두려워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동서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은 동아시아 주둔 군사력 감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1995년에 이르러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위해 미군의 전진 배치를 유지하기로 정책을 전환했다. 미국 중심 동맹의 지역 차원의 역할이 전면에 부각됐지만 한반도 냉전의 지속은 한·미동맹이 계속 한반도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 위협에 대응하도록 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한·미동맹의 역할은 북한 위협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동맹의 역할 확대 요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미동맹을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공간적으로도 한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평화에 대한 기여를 확대한다는 동맹의 글로벌화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며 동맹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는 한·미동맹의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역할을 회피하려는 한국의 의식적 노력의 반영이기도 했다. 한국은 북한 비핵화 대응이 시급했고, 한·미동맹이 중국을 직접 대상으로 삼는 것도 불편했다.

이렇듯 동맹 현대화 요구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미국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는 최근 추세는 미국의 접근법을 바꿨다. 미국은 이제 중국 견제에 동맹국의 직접 기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우회적 기여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기여를 압박하는 배경이다. 한국의 국력 신장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미국에서 잘사는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이 아니다. 많은 미국인이 주한미군이 중국 대응에 쓰이지 못한다면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는 중국 대응이 핵심이지만 우리로서는 북핵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우선적 과제가 있다. 한·미 간에 위협 대응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차이의 폭을 좁히는 노력이 앞으로 한·미 협상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다. 이론적으로 두 가지 접근법이 가능하다. 하나는 미국이 한반도 냉전의 지속에 따른 위협, 특히 북핵 위협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대만해협 위기 발생 시 우리 나름의 적절한 기여 방안을 찾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두 접근법을 병행하며 일정한 타협점을 찾아 새로운 안보 분업 구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