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열풍이 거세다. ‘맵부심’으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음식에 열광하던 트렌드가 여전하지만 많은 이들이 노화 속도를 늦추는 식단에 주목하고 있다. 이 흐름을 이끄는 이들 가운데에는 요리책 전문 출판사 ‘맛있는 책방’을 운영하는 장은실 편집장이 있다.
장 편집장은 17년 넘게 요리 콘텐츠를 만들어온 전문가다. 전통조리를 전공했지만 요리사가 아닌 콘텐츠 제작자의 길을 택했다. 잡지 ‘이밥차’로 시작해 2017년 ‘맛있는 책방’을 차려 독립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샘표 본사에서 쉽고 맛있게 즐기는 ‘패스트 건강식’ 전도사 장 편집장을 만났다. 저속노화가 왜 중요한지, 이 트렌드가 어떻게 사람들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식의 핵심은 ‘제철 재료’를 쓰는 겁니다. 사람들이 건강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건 복잡하게 요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제철 재료에서 시작하면 어렵지 않아요. 여름에는 애호박, 가지를 많이 먹고, 가을에는 버섯이나 우엉을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상차림을 하면 되는 거죠.”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런 말은 고수가 건네는 “참 쉽죠?”처럼 막막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다. 장 편집장은 조리법도, 재료도 복잡하지 않게 구성하기를 권했다.
“조리 과정은 네 단계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재료도 7~8개면 충분합니다.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주어진 레시피에 충실하면 돼요. 저도 레시피를 개발할 땐 꼭 저울과 타이머를 옆에 둡니다. 숟가락 계량도 괜찮은 방법이고요. 식재료를 고를 때는 당류가 적고 단백질은 많은지, 낯선 첨가물이 많지 않은지 식품표시를 잘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이런 식이다. ‘다 익을 때까지 볶으세요’가 아니라 ‘중불에 3분, 약불에 1분’이라고 하면 젊은 소비자들은 훨씬 쉽게 여긴다고 한다. 복잡한 양념 대신 채소 본연의 맛과 감칠맛을 살리는 게 저속노화 식단의 ‘요리 킥’이다. 장 편집장은 “요리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중요한 건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진짜 이대로만 하면 요리가 된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 편집장은 레시피 전문가에서 ‘패스트 건강식’을 알리는 데 앞장서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속노화 트렌드 선구자인 정희원 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소개한 양배추 레시피 영상은 조회 수 98만회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지금은 정 교수가 진행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건강식 레시피와 전국 저속노화 식당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가 ‘패스트 건강식’에 관심 갖기 시작한 계기는 30대 중반 찾아온 건강 이상이었다.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고 싶지는 않았다.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건강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100개가 넘는 레시피를 개발하며 4개월 만에 15㎏를 감량했다.
장 편집장이 생각하는 저속노화는 단순히 식단만 바꾸는 것이 아닌, 삶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자극적인 음식을 자꾸 찾게 되는 이유는 잦은 야근과 운동 부족 등으로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죠.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하면 몸이 좋은 음식을 원하게 됩니다. 맑은 정신과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려면 결국 몸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가 말하는 ‘좋은 음식’은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 음식’이다. 건강식은 맛없고 어려운 음식이 아닌, 즐겁고 지속 가능한 식단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해부터 총 10권, 250개의 레시피에 이르는 ‘아낌없이 먹는’ 시리즈는 특히 20대 자취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처음엔 20대가 주 타깃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20대 친구들에게 새로운 ‘집밥 선생님’ 같은 느낌이 됐다”며 “일주일에 딱 세 번만 건강한 집밥에 도전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