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와 80분 협상 소득 없고… 트럼프는 소고기 ‘우회 압박’

입력 2025-07-26 00:03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이 부과한 25% 관세의 유예 종료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막바지 총력전에 돌입했다. 한·미 ‘2+2 장관급 회담’은 연기됐지만,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며 협상의 끈을 이어갔다. 다만 약 80분의 협상에서 타협점이나 결말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발걸음이 한층 다급해졌다.

산업부는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현지시간) 오전 11시30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났다고 25일 밝혔다. 한·미 제조업 협력 등을 포함해 관세협상 타결 방안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조선과 반도체, 배터리 등의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는 카드를 제시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상호관세 발효 시점인 다음 달 1일 이전에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 장관은 또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장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개별 면담을 하고 관세협상 진전 및 에너지 분야 협력을 추가 논의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8월 1일 전까지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산 소고기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최고라는 사실이라는 증거”라면서 “훌륭한 미국산 소고기를 여전히 거부하는 다른 나라들이 이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한국을 포함해 미국산 소고기 시장 개방 요구에 맞닥뜨린 국가들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번 관세협상에서 한국 측에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미국 수출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일본이 먼저 자동차를 포함해 대미 수출품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점도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도 4000억 달러(약 548조원)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한국도 일본처럼 상당한 투자 규모를 제시해야 25%의 상호관세나 품목별 관세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미국발 ‘관세 폭풍’은 이미 한국의 주요 기업을 타격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조76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아는 올해 2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날 발표한 LG전자의 실적은 관세 부담, 시장 경쟁 심화에 반 토막 났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46.6%나 줄어든 6394억원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8500억원)보다 2000억원이나 적다.

이광수 김민영 양윤선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