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다. 전국 해변과 계곡 등지에 피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핑의 성지’로 불리는 강원 양양군은 예외다. “양양에 다녀온 애인은 걸러야 한다”는 자극적 괴담, ‘유흥의 메카’, ‘헌팅 100%’라는 선정적 낙인, 나아가 성범죄·마약 등 사실무근의 소문까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관광객이 급감하고, 지역 상권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양양군은 허위사실 유포자를 고발하고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상인들 또한 “왜곡된 이야기로 양양이 욕먹고 있다”, “가짜뉴스가 양양을 아프게 한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고, 허위정보 척결 캠페인에 나섰다.
그러나 이 기이한 사태를 ‘유언비어로 인한 피해’로만 치부해선 곤란하다. 왜곡된 정보는 분명 문제지만, 그러한 괴담이 자라난 토양은 과연 없었는지도 성찰해야 한다. 양양은 지난해 여름부터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이렇게 쌓인 불만이 자극적 괴담과 뒤섞이면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상인들의 억울함은 충분히 공감되지만, 바가지 논란부터 차분히 되짚어야 한다.
비슷한 사례는 작년 제주도에서도 있었다. 비계 삼겹살 논란을 시작으로 고비용·불친절 이미지가 퍼지며 내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6% 이상 감소했다. 이후 제주도는 ‘착한 가격’ 캠페인 등 자정에 나섰지만, 신뢰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은 곧 신뢰의 문제이며, 위기는 단 한 번의 실수와 인식 왜곡으로도 시작된다. 지금 K관광은 K팝 등 한류 콘텐츠와 한국 음식, 뷰티 등 다양한 문화 자산을 통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K관광의 성공은 콘텐츠 인기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관광은 체험이며, ‘현장’의 인상이 그 나라 전체를 대표한다. 외국 관광객 입장에서 어느 한 곳에서 겪은 부정적 경험은 곧 한국 전체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양양은 그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호한 가짜뉴스 대응과 함께, 자발적인 서비스 개선과 가격 정상화 없이는 ‘억울함’호소만으로 K관광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 관광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품격과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장기전이다. 이는 양양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와 관광 당국 모두가 새겨야 할 교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괴담 유포자 처벌이 아닌, 신뢰의 재설계다. 양양이 이번 위기를 ‘K관광 신뢰 회복 1번지’로 전환해낼 수 있을지는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