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저항계수 ‘0.01’ 도전… 영하 30도 눈폭풍 ‘극한 테스트’

입력 2025-07-25 00:13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6 로 유동 가시화 시험(위쪽)을 하고 있다. 최대 풍속 시속 200㎞ 바람을 이용해 차량의 공기저항계수(Cd)를 낮추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강풍이 눈으로 확인된다. 환경시험동 강설·강우시험실에서는 아이오닉9이 영하 30도에서 눈폭풍을 견디는 실험(아래쪽)을 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23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의 공력시험동에는 풍속 140㎞/h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직경 8.4m짜리 송풍기가 2.55㎿의 전력으로 바람을 만들어냈다. 1시간 가동에 500만원이 드는 값비싼 바람이다. 극한의 강풍에서도 견뎌내는 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이날 방문한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기아, 제네시스 등 그룹의 모든 신차가 반드시 거치는 핵심 거점이다. 축구장 480개(347만㎡) 규모 부지에 200여개의 연구동이 있고 1만4000여명의 연구원이 미래차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공력시험동에서는 대형 바람 터널을 활용해 차량의 공기저항계수(Cd)를 낮추는 연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선 매일 2대의 차량에 대해 시속 140㎞의 바람을 만들어내는 공력시험을 진행한다. 담당자 설명에 따르면 Cd가 0.01 감소하면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평균 6.4㎞ 늘어난다. 배터리 용량을 늘려 이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차량 1대당 약 25만4000원이 든다. Cd를 낮추면 전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공력 콘셉트카’로 제작 중인 ‘에어로 챌린지 카’로 유동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흰 연기가 에어로 챌린지 카의 차체를 타고 흘러가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보닛과 와이퍼, 상부, 측면을 타고 흐른 바람이 공기 흐름을 극단적으로 제어하는 ’액티브 아이템’에 닿아 차량 후면에서 빠르게 흩어졌다.

이 차의 Cd는 0.144로 전 세계 모든 차 중 가장 낮은 수치를 자랑한다. 액티브 아이템은 앞 유리창과 보닛의 단차를 최소화한 ‘액티브 카울 커버’, 차량 후면 상단에 장착한 날개 형상의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구성됐다. 공기 흐름을 극단적으로 제어하고, 주행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외관이 바뀌면서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인다.

현존 양산차 중 0.206으로 Cd가 가장 낮은 현대차의 아이오닉6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박상현 공력개발팀장은 “전기차 핵심 경쟁력인 AER(1회 충전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누빌 차량은 극한의 환경을 버티는 것도 필수다. 환경시험동에서는 영상 60도의 고온부터 영하 40도 극저온까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차량 성능을 검증한다. 고온시험실에선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6N이 50도 고열과 20% 습도를 견디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알려진 미국의 데스밸리를 상정해 시험실을 세팅해 놓았다. 바로 옆 저온시험실에선 기아의 첫 목적기반차(PBV) PV5가 영하 20도의 추위에서도 정상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설·강우환경시험실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9이 영하 30도의 눈폭풍 속을 달리는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패딩 점퍼를 챙겨 입고 시험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순식간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 추웠다. 아이오닉9의 보닛 등에는 하얗게 눈이 내려앉았다.

차량 주행 성능과 조향 안정성은 R&H(Ride&Handling) 성능개발동에서 책임진다.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 타이어 특성 시험기, 핸들링 및 승차감 주행시험기 등 정밀 장비를 통해 고속 안정성과 승차감을 시험한다. 정숙성과 감성적인 소리 품질을 연구하는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시험동의 로드노이즈 시험실에서는 타이어와 5가지 노면의 마찰로 생기는 소음을 분석해 부품의 소재와 설계를 조정하고 있었다.

화성=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