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쇼크’ 벗어난 한국 경제

입력 2025-07-24 18:48
최근 미국과 일본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도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수출용 자동차들이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예상을 소폭 상회하는 0.6%를 기록하면서 지난 1분기(-0.2%) 역성장에서 반등했다. ‘관세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수출이 견조한 모습을 보인 데다 민간소비까지 회복세로 접어든 덕분이다. 다만 1%대 성장률 진입을 위해서는 남은 하반기 내수 회복세 지속과 관세 협상 타결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한국의 실질 GDP가 직전 1분기보다 0.6% 성장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5월 한은이 전망했던 2분기 성장률 0.5%를 0.1% 포인트 웃돈다. 분기 단위로는 ‘깜짝 성장’을 달성했던 지난해 1분기(1.2%) 이후 5개 분기 만에 가장 성장 폭이 컸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도 1.3%를 기록해 GDP보다 가파른 속도로 증가했다.


앞선 1분기 12·3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의 여파로 0.2% 뒷걸음질쳤던 한국 경제는 1분기 만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관세 협상 지연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이어간 수출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호조에 힘입어 직전 분기보다 4.2% 증가했다. 2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은 전체 성장률을 0.3% 포인트 끌어올리면서 주요 항목들 중 가장 큰 성장기여도를 기록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미·중 상대 수출은 좋지 않았지만, 유럽과 베트남·대만 상대 수출은 좋게 나오고 있어 아직 관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역성장의 중심에 있던 내수 역시 회복세를 보였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0.1%)에 그쳤던 민간소비는 2분기 들어 재화·서비스 부문의 호조가 이어지면서 0.5% 증가했다. 이 국장은 “민간소비가 4월보다는 5월, 6월로 갈수록 더 좋아졌고, 서비스의 경우 오락·문화공연 같은 티켓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1분기 증가율 0%였던 정부소비도 1.2%로 크게 올랐다. 민간과 정부소비를 합친 내수 부문의 기여도는 1분기 -0.5% 포인트에서 2분기 0.3% 포인트까지 반등했다.

다만 연간 성장률 1%대 진입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연간 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면서 이달 편성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를 0.1% 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분기 단위로는 남은 3·4분기 실질 GDP가 평균 0.8% 이상 성장해야 올해 성장률이 1%대로 올라설 수 있다.

문제는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만큼 수출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은은 일단 일본처럼 미국과 15% 수준의 상호관세율로 협상을 타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기존 예측에 비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국장은 “하반기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수출입 부문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일본 수준으로 관세가 결정된다면 5월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