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압 이불’ 2개 덮은 한반도… 주말 최고 38도

입력 2025-07-24 18:36 수정 2025-07-24 23:58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4일 서울역 쪽방촌 인근 공원에서 한 주민이 더위를 식혀주는 쿨링포그(인공 안개)를 맞으며 부채질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가 끝난 뒤 찾아온 불볕더위가 길어지고 있다. 서울에는 11일 만에 폭염경보가 발령됐고, 열대야도 5일 연속 계속됐다.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가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24일 서울 전역과 경기 서쪽 지역, 강원 영서, 충북·경북·인천 일부 등에 내려졌던 폭염주의보를 폭염경보로 격상했다. 서울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건 지난 13일 이후 11일 만이다.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서울의 열대야도 지난 19일 이후 5일 연속 이어졌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서울의 밤 최저기온은 25.8도를 기록해 열대야 기준(최저기온 25도 이상)을 웃돌았다.

푹푹 찌는 더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이중 이불’을 덮은 것처럼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 때문이다. 강한 고기압 세력의 영향으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폭염이 계속되는 것이다. 여기에 강력한 햇볕이 지표면을 달구면서 무더위가 극심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경도력(고기압과 저기압 사이 압력 차이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현상)이 강화되면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유입된다”며 “일본 쪽에서 불어오는 남동풍이 소백산맥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으로 수도권 등 한반도 서쪽 온도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5~26일 아침 최고기온은 21~28도, 낮 최고기온은 31~38도로 예보됐다.

주말 이후 날씨는 변덕스러울 전망이다. 한반도를 뒤덮은 이중 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할 경우 폭염이 지속된다. 하지만 고기압 세력이 약화할 경우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서 폭우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28일 이후 기압계 상황에 따라 기온 변화가 클 수 있다”며 “고기압이 물러난다면 30일 전후로 강수 예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온열질환자도 급증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는 전날 기준 197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702명) 대비 2.82배 증가한 수치다. 사망자도 10명으로 지난해(3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김이현 이정헌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