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이 통일교의 내분을 파고들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위한 청탁용 선물로 의심받는 금품의 영수증을 특검이 확보하면서 통일교 지도부와 한때 ‘2인자’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특검은 양측의 폭로전으로 비화되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김 여사 청탁용 선물로 지목된 목걸이·가방 등의 영수증을 통일교 측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상품권·개인카드 등으로 명품을 구입한 영수증을 제출받아 통일교 측이 선교 물품 구매 등으로 사후 회계 처리한 품의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수증에는 1200만원대 샤넬백과 62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가 포함됐다. 가방과 목걸이는 2인자로 불렸던 윤모 전 통일교 세계선교본부장의 아내 이모씨가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영수증은 통일교 정점인 한학자 총재와 윤 전 본부장 간 균열 지점을 드러냈다.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목걸이·가방 등을 건네려 한 건 ‘개인적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조직의 승인 아래 이뤄진 행위”라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통일교 측은 전날 “문제된 물품은 윤 전 본부장 측이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 등으로 구입한 것”이라며 “재정국장(윤 전 본부장 아내) 지위를 이용해 회계처리해 통일교 측은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윤 전 본부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전 본부장이 이를 조직적으로 악용했다면 어떻게 해당 영수증과 품의서가 고스란히 본부 사무실에서 발견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특검은 사건 구조상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관계인 점에 착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2022년 4~8월 통일교 측이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명품 선물을 건넨 뒤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YTN 인수 등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고 의심한다.
특검은 양측의 어긋난 진술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2일 특검 조사에서 “모두 한 총재에게 보고하고 윤허를 받아 실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날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한 캄보디아 원조 등 의혹을 규명하고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와 삼일회계법인을 압수수색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사업 참여를 제안 받았지만 실현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수임하지 않았다”고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은 김 여사의 ‘문고리’로 알려진 유모 전 행정관과 정모 전 행정관도 25일 불러 조사한다.
박재현 구자창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