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 폭을 기록했다. 미국이 던진 수입차 관세 폭탄이 직격탄이 됐다. 문제는 관세 여파가 하반기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여전히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글로벌 판매량(도매 기준) 106만5836대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다. 매출액도 48조28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7.3% 늘었다. 기존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성적표다. 국내에선 팰리세이드·아이오닉9 등 신차 효과 덕을 봤다. 해외에선 미국 판매량 증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강화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이 9.5%에서 7.5%로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은 15.8%(4조2791억원→3조6016억원) 추락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로 인한 감소 규모를 8282억원으로 계산했다. 영업이익 감소 폭(6775억원)을 넘어선다. 현대차는 관세가 적용되기 전 최대한 많은 물량을 미국으로 옮겨뒀었다. 재고가 소진되는 3분기부터 관세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하게 된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내내 영향을 받은 건 아니다. 하반기엔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대부분 질문은 관세 대응에 관한 것이었다. 현대차는 아직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가격 정책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가격을 주도해나가기보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이 미국 관세를 절반으로 깎는 데 성공하면서 토요타·혼다 등 경쟁사에 비해 불리해진 상황이지만 당장 가격을 올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론 재료비나 가공비를 절감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을 20년 가동하며 얻은 노하우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적용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을 현지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 본부장은 “다만 부품 소싱(공급망) 변경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3분기부터 나오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