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저는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잘해 주려는 마음에 생일 때마다 선물도 챙기고 힘들 때 위로도 건넸는데 사람들은 제게 관심이 없어 보여 외로워요. 왜 다들 이렇게 무심하고 냉담한 거죠.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A : 마음이 섭섭하고 어렵다니 안타깝네. 하지만 네 섭섭함과 답답함의 근원을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일종의 거래라고 생각하면서 맺어 나가는 경우가 많아. 즉, 타인의 환심과 사랑을 사기 위해 내가 무언가를 주는 것이지. 그 무언가가 물질적인 선물이든 마음을 써서 위로해 주었든 네가 열심히 쓴 노트를 빌려준 것이든 무엇이든 말이야.
그런데 모든 관계를 이러한 방식으로 맺어가게 되면 네가 상대에게 준 만큼의 공로를 쌓지 못하는(혹은 안 하는) 사람이 나오게 되지. 그 공로가 물질적인 것이든 아니든 말이야. 그러나 그 공로 안에는 위험한 독소가 있어. 잘해 주면 잘해 줄수록 상대를 향한 미움이 쌓여가는 거야. 너는 여기서 상대를 미워하고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지. 표면적으로야 상대를 향한 호의와 선물로 가득하니까. 그러나 그 호의와 선물은 상대를 향해 억울함과 미움, 분노를 쌓는 일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거야.
단언컨대, 이건 사랑이 아니란다. 상대를 지배하기 위해 호의를 이용하는 거지. 좋은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소망을 이용해 자신을 동정하게 만들려는 협박에 가깝지. 이건 상대를 지배하는 거야.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해. 값없이 주는 거야. 바라지 않고 주는 거지. 주되, 상대의 호의를 얻어내려고 주는 것이 아니라 주고 잊는 거야. 그리고 주었다는 사실 자체로 기뻐하는 거야. 상대는 너의 호의를 기쁘게 받을 수 있고 너에게 다시 똑같이 갚아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지. 너는 조건 없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서 만족과 기쁨을 얻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다시 줄 수 있지. 이렇게 되면 드디어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해주었던 호의가 보이기 시작하며 감사도 올라온단다.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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