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의 훈풍을 타고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조212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8.5%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은 22조23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4% 늘었다. 순이익 역시 6조9962억원으로 69.8% 증가했다.
이날 발표한 매출·영업이익은 모두 기존 최고 실적이었던 지난해 4분기(매출 19조7670억원·영업이익 8조828억원) 수치를 뛰어넘는 것이다. 당초 시장 전망치 평균은 매출 20조7186억원, 영업이익 9조648억원이었으나 이를 크게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실적을 견인한 ‘효자’는 단연 HBM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무역 분쟁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 둔화를 우려했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적극적인 AI 투자로 AI 메모리 수요가 성장하면서 상반기부터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조성됐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예상을 상회하는 출하량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송 사장은 “D램은 HBM3E 12단 판매를 본격 확대했고 낸드는 모든 응용처에서 판매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HBM 성장성 둔화 주장을 일축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상반기에 기존 계획 대비 많은 출하가 이뤄지면서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가 있지만 시장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AI 메모리의 핵심인 HBM의 수요 성장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에는 주요 고객들의 신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메모리 수요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송 사장은 “빅테크 기업들이 리즈닝(추론) 모델을 강화한 AI 에이전트를 공개하며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며 “리즈닝 모델은 기존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만큼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국의 ‘소버린 AI’(국가 차원의 AI 모델) 구축 투자가 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 증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에 나선다. 송 사장은 “올해 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증가시킬 계획”이라며 “내년 HBM 수요에 관한 주요 고객사와의 논의를 통해 공급에 관한 가시성을 확보해 일부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의 제품 성능과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HBM을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6세대 HBM4 역시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적기 공급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