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협의 전날 돌연 이메일로 연기 통보… 8월 전 합의 ‘안갯속’

입력 2025-07-25 00:01

2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미 간의 ‘2+2 통상 협의’가 24일 미국 재무부의 이메일 통보로 돌연 연기되며 한국 정부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시간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정부 협상팀은 당초 미국 재무·통상 수장과 만나 양국 간 제조업 협력 및 대미 투자·수입 확대 등 안건을 포괄적으로 조율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다음 달 1일 미국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2+2 회담이 미뤄지면서 협상 일정부터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관세 인하 논의에 앞서 관세 유예 요청이 더 시급해졌다”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는 베선트 장관의 회담 취소 사유를 우리 정부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미국 측이 ‘미안하다’고 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2+2 협의를)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양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했다.

베선트 장관의 협상 카운터파트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2 회담을 위해 이날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비행편을 기다리던 중 취소 통보를 전달받았다. 구 부총리를 비롯한 협상팀은 출국편을 취소하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23일 방미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지에서 예정된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2+2 회담 무산과 별개로 김 장관과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간의 한·미 산업·에너지 분야 협력 논의는 이뤄진다. 러트닉 장관도 24일 CNBC방송에서 “한국인들이 이날 내 사무실을 방문한다”고 확인했다. 2+2 회담을 위해 지난 22일부터 미국 체류 중인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일대일 협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일단 미 관세 부과 시한인 8월 1일 전까지 2+2 협의 일정을 확정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베선트 장관이 이달 25~29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할 경우 2+2 협의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일본의 다음 타자로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무역 협상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와 미국이 8월 1일 이전 상호관세 15%에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협상이) 장기전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