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가 화물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영상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피해자는 생계를 위해 지난해 말 정식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31세 스리랑카 노동자다. 그가 겪은 일은 가해자의 주장처럼 ‘장난’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소수자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인권 유린 사건이다.
해당 영상은 지난 2월 전남 나주의 벽돌 공장에서 촬영됐다. 50대 한국인 지게차 운전자가 스리랑카 노동자를 벽돌과 함께 비닐로 결박해 들어 올렸고, 주변에선 그의 고통을 조롱거리 삼아 크게 웃었다. 꽁꽁 묶인 상태에서 지게차 리프트가 올라가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됐다. 피해자는 “당시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며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지게차 운전자는 영상이 확산되자 “장난이었다. 사과했다”고 해명했지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피해자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모욕과 공포였을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기기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다. 현 제도상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안 해주면 참고 버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악용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행, 괴롭힘, 임금체불 등의 인권 침해가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마땅한 조치다. 단지 한 사업장의 일탈로 볼 일도 아니다. 한국어가 서툴고 신분이 불안정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모범국가라는 한국에서 일어났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가혹행위 여부를 철저히 감독해 위법사항이 있다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온 이들에게 한국이 인권의 사각지대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