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거대 AI 모델 및 플랫폼 최적화 센터(CHAMP)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판결문의 개인정보와 간접식별정보를 제거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은 판결문 내 표현이 비식별화 대상인지 99% 정확도로 판별한다.
이재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법원 공무원들이 직접 손으로 개인정보를 익명화하는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AI 기반의 자동화 모델을 개발했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김희진 객원 조교수는 24일 “판결문에는 비식별 대상이 되는 정보가 많은데 수기로 이를 걸러내면 속도가 느리고 판결문 공개에 병목이 생긴다”며 “모델의 정밀성이나 일관성이 확보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법원 행정 선진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판공개의 원칙과 개인식별정보 보호 간 충돌 문제에 주목했다. 판결문에 기재되는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는 건 간단하지만, 간접식별정보를 걸러내는 것은 고도의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찰서 같은 공공기관의 상세 기관명은 비식별 처리 대상이 아니지만, 경찰서가 사건 발생 장소거나 피해자와 피고인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정보를 포함하면 식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비식별 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어의 언어 특성도 반영해야 했다. 영어 기반의 모델을 한국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어서다. 김 교수는 “한국어의 언어 구조를 정밀하게 반영하기 위해 맞춤형 토크나이저를 설계하고, 딥러닝 기반 비식별화 모델을 학습시켰다”며 “이를 통해 기존 법원의 자동화 시스템의 성능을 크게 뛰어넘는 비식별화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고도화된 AI 모델과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판결문 내 비식별 대상을 정확하고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법원 현장에서 상용화되기를 기대한다. 김 교수는 “향후 법원을 포함한 법률 서비스 현장에서 판결문과 재판기록물의 원활한 처리·공개 등을 위한 자동 비식별 처리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정한 조건 하에 비공개 판결문에 대한 연구자 접근 체계가 마련된다면 빠른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