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가족 회사에서 받던 급여를 지난해부터 지급받지 못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24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A(62)씨는 최근 프로파일러의 조사에서 “가족 회사에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 월 30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았다”며 “지난해 어느 시점부터 지급이 끊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국민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생활했다”며 “(숨진 아들은) 유일한 가족인데 등을 돌려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이 아들을 살해한 동기라고는 볼 수 없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A씨는 또 범행 당시 격발 이후 바로 도주하지 않은 채 약 10분간 현장을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지난 20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33층 집에서 아들을 향해 사제 총기를 격발한 시각을 오후 9시29∼30분쯤으로 보고 있다. 며느리의 신고가 이뤄진 오후 9시31분쯤으로부터 최소 1∼2분 전쯤 격발이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 중이다.
이후 도주를 시작한 A씨의 모습이 아파트 1층 로비 CCTV에 잡힌 시각은 오후 9시41분으로 파악됐다. 분속 150m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33층부터 1층까지 5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는 범행 이후에도 10분가량을 현장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A씨가 바로 도주하지 않은 채 현장에 머문 시간이 10분에 달하는 것 등을 토대로 추가 범행 시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A씨는 현장을 지키면서도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제 총기의 일회용 쇠파이프 총신 2개를 그대로 남겨둔 뒤 도주했을 정도로 현장을 수습하려는 노력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유가족 측은 이미 입장문을 통해 “피의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했으나 총기의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며느리와 손주 등이 방으로 숨거나 피신한 상태였다면 10분은 추가 범행을 위해 방문을 열려고 하는 등의 시도가 있었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의 총상과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라며 “이를 통해 범행 목적의 달성 여부를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는 취지의 A씨 진술을 확보했지만 추가 범행 시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날 오후부터 제3의 장소에서 유가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