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91>] “삐뚤빼뚤 ‘아빠’라고 써준 아들… 치료의 기적 이어졌으면”

입력 2025-07-28 03:04
찬희가 직접 그린 그림을 앞에 두고 두 손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며 웃고 있다. 찬희는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지만 최근 서툰 솜씨로 ‘아빠’라는 글자를 써 가족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열 살 찬희(가명)가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하던 날이었다. 찬희의 책상 위에서 아버지 박민수(가명·49)씨는 삐뚤빼뚤하게 쓰인 글씨 두 자, ‘아빠’를 발견했다. 중증 지적장애를 앓는 찬희는 다섯 살이 넘도록 말을 못해 평생 소통이 어려울 거라 각오했었다. 그런 아들이 남긴 생애 첫 고백이었다. 그날의 기적을 이어갈 유일한 희망인 언어인지 치료가 현재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박씨는 지난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잠긴 목소리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죠”라고 말했다. 한때 운전 강사로 일하며 다섯 식구를 책임졌던 그는 지병인 이석증이 심해져 일을 그만두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박씨는 “온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세상이 돈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절망은 대물림되는 듯 큰아들마저 같은 병을 앓고 있어, 어머니가 온전히 찬희의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몸을 가누기 힘들어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면 온라인 예배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잠 못 드는 밤이면 찬송가를 듣고서야 겨우 안정을 찾는다”고 말했다.

박씨의 기도 제목은 아들 찬희의 치료다. 일곱 살에 처음 ‘엄마, 아빠’를 말했던 기적, 책상 위에 ‘아빠’라고 적었던 감동을 그는 잊을 수 없다. 찬희의 인지 능력은 4~5세 수준에 머물러 ‘어, 응’과 같은 간단한 소통만 가능하다고 한다. 학교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한두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대부분이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까 마음이 급하지만 지원받던 바우처가 곧 끊길 예정이라 애가 탄다. 그는 “솔직히 지금 내 지갑에는 2000원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끈을 이어준 것은 신앙이었다. 목회자의 딸이기도 한 아내가 꾸준히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교회의 교인들이 가족의 안타까운 사정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고 있었다. 박씨는 “제 몸이 아픈 것보다 찬희가 더 걱정”이라며 “치료를 잘 받고 학교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기를 늘 기도한다. 다른 건 더 바랄 게 없다”고 울먹였다.

◇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25년 6월 26일~7월 24일)

※5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아동에게 지원됩니다.

△임정인 50만 △무명 김병윤(하람산업) 20만 △정홍심 15만 △구자숙 모철규 연용제 10만 △조점순 김덕수 황숙희 남준희 김현희 정연승 봉하순 김영임 조병열 5만 △김갑균 나철균 한승우 신영희 송현자 김광미 무명 3만 △sb,sa 우만제 하나 우리들 2만 △초이 1만5천 △문명희 고종수 여승모 생명살리기 정기현 1만

◇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 1600-0966 밀알복지재단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