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을 ‘복음을 위해 땅끝에서 예배자로 살고 싶다’고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부사역자로 있던 대전 정림교회 목사님이 일본에 있는 성도들 이야기를 하셨다. 교단과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서 성도들이 예배당을 내주고 사역자도 없이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문제가 있으면 어떠랴. 텐트를 치고 더우나 추우나 예배를 드린다는 성도들이 보고 싶었다. 여러 나라로 아웃리치를 다녔지만 일본은 처음이었다.
땅끝 어디든 부르시면 가리라 생각했지만 하나님께서 일본으로 가라는 마음을 주셔서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 가까운 곳이었다. 문제는 선교로 나가기에 조건이 너무 안 좋았다. 마흔이 다 된 부부,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 중학생 딸.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환경이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곳에 기꺼이 나를 드릴 때 주님이 일하신다는 것을 경험했다. 누구도 빼앗질 못할 큰 평안함과 기쁨이 가득했다. 오직 주님을 신뢰함으로 우리 가족은 일본에 가기로 결단했다.
교회를 사임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며 일본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2011년 새해가 되고 두어 달이 지났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주님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시며 조용했다. 우리 가족은 더 간절함으로 기다렸다. 날마다 십자가 앞에 엎드렸고 마침내 하나님은 내 마음을 만지셨다.
‘왜 근심하느냐. 아무 걱정 하지 말아라.’ 하나님이 주신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말할 수 없는 평안함이 임했다. ‘내 중심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주님은 다 아셨구나.’ 남편과 아이들에게 성령의 감동을 나누면서 하나님이 일하실 것이니 조금만 더 인내하자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자녀들은 모두의 걱정 속에 학교에서 자퇴 처리가 됐다. 선생님들과 성도들은 “아이들을 생각하라”며 우리 부부를 꾸짖기도 했다. 하나님이 분명히 ‘낙심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된다. 상황과 환경이 아무리 힘겨워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두 근심하는데 정작 우리 가족은 걱정하지 않았다. 기적이지 않은가.
결혼 16주년 기념일이었던 2011년 3월 11일 남동생 가족과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동일본 대지진 뉴스가 중계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처참했다. 일본에서 소식이 오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며칠 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라도 오실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연락이 왔다. 교단 문제가 해결돼 예배당을 찾은 성도들은 목사를 초빙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그런데 대지진으로 아무도 올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기다리던 우리에게는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연히 가지요.” 마침내 우리 가족은 가방 하나씩을 들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