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한국교회 부흥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찬양집회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였다. 기도회와 말씀집회 사이마다 울려 퍼지던 찬양은 성도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고 거리로 나아가 복음을 전하게 하는 힘이 됐다.
2000년대 이후로도 찬양집회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한국교회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꺼지지 않는 신앙의 불씨를 지펴왔다. 지금도 예수전도단의 화요모임, 마커스워십과 피아워십의 목요예배 등의 정기 찬양예배는 물론, 제이어스 팀룩워십 등 성도들의 발길을 모으는 ‘한국형 찬양예배’가 세대를 초월하는 언어로 기독교 문화를 경험하게 해준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의 찬양집회가 단순히 청년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김준영 제이어스 대표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찬양집회의 공기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20대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10대부터 4050세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예배드리는 자리가 됐다”며 “이전 세대가 경험했던 기독교 문화와 정서를 다음세대가 물려받는 추세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동선 피아워십 대표도 “예배를 인도하다 보면 부모님과 손을 잡고 기도하는 청소년 청년 성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기성세대 성도들이 청년 시절을 추억하며 찾아오다 보니 찬양곡 리스트에도 세대를 아우르는 곡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다음세대를 위한 찬양집회의 지향점은 신앙의 유산을 계승하는 데 모아진다. 이 대표는 “나 역시 매주 아이 셋을 예배에 데려가는데 자녀가 어릴 때부터 찬양예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며 “이는 단지 한 세대의 예배가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예배이자 신앙의 전수”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교회가 세대 간 연합을 추구해나간다면 청소년 청년 기성세대가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 듣는 예배의 장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찬양집회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게 아니다. 예배 문화에 대한 청소년과 청년의 인식을 바꾸고, 기독교 신앙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가는 문화적 접점이기도 하다. 대규모 연합집회인 G2A(Go to All) 디렉터 홍정수 목사는 “요즘 청소년들은 집회를 경험할 때 음향 조명 공간 전체를 예배의 요소로 받아들인다”며 “섬세하게 준비된 찬양집회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자긍심을 얻고, 교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성 교회의 청년부 교역자들은 이들 집회가 교회의 청년 사역과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간혹 출석 교회 없이 찬양집회만 참석하거나 주일마다 찬양예배만 드리고 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이들에게는 반드시 지역교회로의 정착을 권면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찬양집회가 성도들의 ‘교회 평행 이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홍 목사는 “부산 지역에서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가 함께한 연합 찬양집회를 10년 가까이 진행했지만, 집회 이후 교회 간 이동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교회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현재 예수전도단 화요모임은 서울 신용산교회에서, 마커스워십 목요모임은 서울 성북구의 맑은샘광천교회, 피아워십 목요예배는 서울 성동구의 성락성결교회에서 열리고 있다. 팀룩워십과 제이어스는 부산침례교회 등에서 정기 예배를 진행하다가 전국 도시를 돌며 찬양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찬양예배의 흐름은 이제 하나의 문화이자 사역이 됐다.
찬양집회의 현장은 단순한 음악 공연장이 아니다. 신앙의 유산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주고 함께 기도하는 자리다. 찬양 사역자들은 “찬양이라는 언어는 세대의 간극을 줄이고 신앙의 중심을 다시 하나님께로 돌리는 도구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늘의 찬양예배가 내일의 교회를 만들어갈 씨앗으로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청년의 때에 뜨겁게 불렀던 그 찬양을 이제 우리 아이들과 함께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예배가 이어진다는 증거 아닐까요.”(이 대표)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