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성과’ 내세운 트럼프 ‘안보 역점’ 필리핀엔 찔끔 인하

입력 2025-07-24 00:04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일본보다 먼저 끝낸 필리핀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에도 상호관세율을 1% 포인트 내리는 데 만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필리핀이 미국에 무관세로 시장을 개방하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필리핀은 미국에 19%의 관세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가 지난 9일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적시한 상호관세율은 20%였다. 마르코스가 이날 백악관을 방문했지만 큰 폭의 관세율 인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필리핀 일간 필스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처음으로 상호관세율을 발표할 때 필리핀에 책정한 17%보다 여전히 높은 수치가 부과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마르코스는 이번 백악관 방문에서 안보에 역점을 뒀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날 필리핀에 대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라며 “최근 훌륭한 훈련을 몇 차례 실시했다. 우리는 군사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일본의 경우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와 무역 협상 내내 대립각을 세웠다가 극적으로 관세율을 기존보다 10% 포인트 끌어내린 15%로 매듭지으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에 책정된 관세율은 영국(10%)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는 일본과의 협상을 “가장 큰 거래”라고 평가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기존 32%였던 관세를 19%로 13% 포인트 내리면서 가장 성공적인 협상을 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 등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합의 세부 내용을 공개한 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99% 이상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0%로 낮추고 모든 비관세 장벽도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인도네시아와 합의한 자동차·농산물·의약품은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한 분야다.

베트남의 경우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끝냈다. 당초 46%의 고율 관세를 통보받았던 베트남은 이달 초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20%로 대폭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베트남은 그 대가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무관세를 약속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