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에서 금융 산업 정책 기능을 떼어내 신설 재정경제부에 넘기고 감독 기능은 신설 금융감독위원회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정책 수립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통령실과 국정기획위원회가 장고에 돌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당 일부 의원들은 금융위의 덩치를 키우는 법안까지 내놨다.
2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 내 정부 조직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대통령실에 보고한 조직 개편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하는 해당 개편안에 대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우려가 여러 경로로 전달된 데 따른 조치라는 후문이다.
애초 금융위 해체는 ‘금융업의 액셀(정책 수립 기능)과 브레이크(감독 기능)를 한 사람(금융위)이 밟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추진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정책 수립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려면 조직 개편뿐 아니라 법까지 개정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법이다. 이 법은 설립 요건부터 영업 행위·건전성·대주주 적격성 규제 등 국민과 기업의 금고 역할을 하는 은행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조항을 담고 있다. 동시에 은행이 핀테크와 신탁 등 관련 업무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지방은행을 보호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해 육성하는 것도 은행법 소관이다. 산업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려면 이 법에서 규제 내용만을 일일이 발라내 ‘은행감독법’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은행감독법을 만들지 않은 채 조직만 개편한다면 신설 금감위는 지휘를 받는 곳만 금융위에서 재경부로 달라져 지휘 체계만 흐트러질 뿐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 감독 체계 개편 과정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시간을 들여 은행감독법을 새로 쓰지 않는 한 금융위를 해체하는 실익이 없다”며 “금융위가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를 잘 수습하고 6·27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한 점이 (금융위) 해체 주장을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윤준병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은 금융위 분할 내용을 제외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은 되레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기능을 금융위로 이관토록 해 금융위 역할이 커지도록 했다.
대통령실의 결정이 늦어지자 범여권 의원들은 23일 토론회를 열고 산업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 분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실이 같은 당 유동수 등 의원 10명과 공동 개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 산업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국제 기준”이라며 “비정부 조직, 독립성을 가진 감독 기구(신설 금감위)가 감독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이의재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