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사건의 범행동기를 두고 피해자 유가족과 피의자 A씨(62)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아들뿐 아니라 함께 있던 며느리와 손주 등도 살해하려 했다는 유가족의 주장을 바탕으로 추가 범행 시도 가능성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숨진 B씨(32) 유가족의 변호인으로부터 의견서를 받은 데 이어 유가족을 상대로도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유가족은 의견서에서 A씨가 B씨뿐 아니라 현장에 함께 있던 며느리,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 등을 모두 살해하려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측은 전날 입장문에서도 “피의자를 위해 피해자가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피의자가 ‘이혼에 의한 가정불화’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의자는 생일파티를 마치고 함께 케이크를 먹던 중 편의점에 잠시 다녀온다고 말을 하고는 총기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올라와서 피해자를 향해 총을 두 발 발사한 후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다”며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있던 며느리가 잠시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올 때 피의자는 총기를 다시 재정비하고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추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찰은 추가 범행 시도 정황이 확인되면 A씨에게 살인예비나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할 방침이다. 전날 구속된 A씨에게 현재 적용된 혐의는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폭발물 관리법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 총 4개다.
경찰은 또 이날 A씨의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집을 압수수색해 사제 총기 제작에 쓰인 도구와 인화성 물질 등을 확보했고 정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범행 준비 과정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가족 주장과 달리 “가정불화가 있었다.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는 취지로만 진술한 상태다. 구체적인 범행동기 등에 대해서는 진술을 회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이혼 사실은 A씨 이웃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구속 기간이 이달 말까지인 점 등을 고려해 범행동기 파악 등에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A씨의 신상 정보는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경찰청 강력계는 신상 공개 여부와 관련해 유가족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