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재계는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내려 불확실성을 해소한 점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쌀 무관세 수입 총량은 유지하면서 향후 미국산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내줄 것은 내주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스나가 다쓰오 일본무역회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에 대해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전했다. 야스나가 회장은 “관세율이 몇 퍼센트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기업 활동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었다”며 “일본과 미국 모두에 윈-윈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쓰모토 마사요시 간사이경제연합회장도 상호관세 15%에 대해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계에선 관세율을 낮춘 건 긍정적이지만 양보를 더 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일본산 자동차 부품에 총 15% 관세가 적용되고 무관세 쌀 수입량이 유지된 점을 언급하며 “이 내용은 ‘잘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미국과의 이번 합의에 따라 연간 최대 77만t의 무관세 쌀 수입 총량은 유지하면서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량을 줄이고 미국산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다마키 대표는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서 90%의 이익이 미국에 돌아간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일본이 추가 관세 철폐를 요구했어야 했다”면서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인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같은 당 이즈미 겐타 전 대표도 “25%보다는 긍정적이지만 15%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이 비용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면 국내 임금 인상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재계에선 관세로 어려움을 겪게 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관세 협상을 마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퇴진 의사를 굳혔다는 보도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퇴진 의사를 주변에 밝혔고, 이르면 이달 내 공식 표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참의원 선거 패배 원인 검증이 마무리되는 8월 중 퇴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자민당 소속 전직 총리인 아소 다로, 기미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와 약 1시간20분간 만난 뒤 자신의 퇴진설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관세 합의 후속 실행이 중요하다며 “3명의 전직 총리와 위기감을 공유했고, 내 거취에 대해선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 20일 참의원 선거 패배 이후 대미 관세 협상을 이유로 정권을 유지할 뜻을 밝혀 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