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하고 도주하고 밀항 시도… 버티는 피의자에 수사 차질

입력 2025-07-23 18:57 수정 2025-07-24 17:18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집사 게이트 핵심 피의자 김예성씨의 부인 정모(왼쪽 사진)씨와 정근수 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된 주요 피의자들이 잠적하거나 도주하면서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검 내부에서는 ‘불량’ 피의자에 대한 공개 경고나 적극적인 신병 확보 조치 등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특검은 23일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배우자 정모씨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씨가 행방불명인 상황에서 고육지책인 셈이다. 정씨 측 변호인은 조사를 마친 뒤 ‘김씨는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베트남에 있다”고 답했다. 김씨 조사 일정에 대해선 “(아직) 안 잡았다”고 했다.

김씨의 향후 귀국 여부는 미지수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특검 소환에 불응하며 사실상 잠적한 상태다. 특검은 지난 16일 김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와 적색수배 절차를 밟고 있다.

문홍주 특검보는 지난 17일 “즉각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라”며 김씨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출국금지된 정씨가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찌민으로 출국하려다 실패한 사실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또 “서울 강남 모처에 잠적 중인 것으로 보이는 김씨의 처 역시 소재지를 밝히고 자진 출석하고 조사받길 촉구한다”고 압박성 공보에 나섰었다. 특검은 정씨가 과거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최근 자주 목격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서 ‘그림자 실세’로 불리는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도주 중이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고 달아나 지명수배된 상태다.

특검은 지난 18일 이 부회장이 밀항을 시도할 수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군경과 협조해 추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주위에 “내가 밀항하든지”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경찰과 협의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인력 등 10여명 이상의 체포조를 꾸릴 계획이다.

특검과 줄다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변호인이 휴가 중이란 이유로 출석일자를 연기하려다 조사 불응으로 간주하겠다고 특검이 엄포를 놓자 소환에 응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1일 특검에 출석했으나 오후 5시30분쯤 “지인과 저녁 약속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건희 여사의 주식계좌 관리인이었던 이 전 대표는 김 여사 관련 수사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특검은 22일 출석을 재통지했으나 이 전 대표는 불응했다. 특검은 즉각 다음날인 23일 출석을 통보했는데, 이 전 대표 측은 “3회 조사불응 누적에 따른 (체포)영장 청구의 그림을 그리느냐”고 반응했다. 이 전 대표는 결국 23일 출석했으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내부에서는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검 일각에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구자창 박장군 차민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