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하락, 민주당 지지층 균열… ‘강’을 막았다

입력 2025-07-23 19:03 수정 2025-07-23 23:59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23일 국회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 입장문을 발표하기 직전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뉴시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까지 하락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의 ‘묻지마’ 옹호는 우군이었던 진보단체와 여성계 반발까지 끌어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간 갈등으로 번지며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지지층까지 균열 조짐을 보이자 임명을 강행하려던 대통령실도 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가 23일 오후 3시47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기 1시간 전쯤 강훈식 비서실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별말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24일까지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하며 강 후보자 임명 수순에 돌입했다. 그러나 강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지속 확대되자 그동안 임명을 요구했던 여당 내부 기류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 대통령 지지율의 상승세가 꺾이자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지율 하락만으로 강 후보자 사퇴가 결정되지는 않았겠지만, 국정 초반 기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여권 전반에 공유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권주자를 포함한 여당 내부의 사퇴 요구가 이어진 것도 강 후보자가 더 버틸 수 없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청래 후보와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던 박찬대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강 후보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한규 의원도 “당내 기류는 강 후보자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국민이 못 받아들이면 국무위원 자격에 하자가 생기는 것”이라며 “절대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강 후보자 논란을 방어하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간 갈등 심화로 이어진 것도 부담이었다. 실제 국회 보좌진들이 모인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반성문을 쓰지 않으면 당신의 만행을 터뜨릴 것이다. 강선우도 울고 갈 갑질들”이라며 다른 국회의원 저격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권 주자들의 강 후보자 문제 대응이 전당대회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후보는 논란이 확산하던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따뜻한 엄마였고 훌륭한 국회의원이었다.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며 지지의 글을 올렸다. 반면 박 후보는 이날 ‘찐명’(진짜 이재명계) 핵심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당 안팎에선 박 후보가 사전에 대통령실과 교감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명심(明心)’을 시사했다는 말도 돌았다.

최승욱 김혜원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