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까지 하락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의 ‘묻지마’ 옹호는 우군이었던 진보단체와 여성계 반발까지 끌어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간 갈등으로 번지며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지지층까지 균열 조짐을 보이자 임명을 강행하려던 대통령실도 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가 23일 오후 3시47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기 1시간 전쯤 강훈식 비서실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별말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24일까지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하며 강 후보자 임명 수순에 돌입했다. 그러나 강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지속 확대되자 그동안 임명을 요구했던 여당 내부 기류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 대통령 지지율의 상승세가 꺾이자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지율 하락만으로 강 후보자 사퇴가 결정되지는 않았겠지만, 국정 초반 기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여권 전반에 공유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권주자를 포함한 여당 내부의 사퇴 요구가 이어진 것도 강 후보자가 더 버틸 수 없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청래 후보와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던 박찬대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강 후보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한규 의원도 “당내 기류는 강 후보자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국민이 못 받아들이면 국무위원 자격에 하자가 생기는 것”이라며 “절대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강 후보자 논란을 방어하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간 갈등 심화로 이어진 것도 부담이었다. 실제 국회 보좌진들이 모인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반성문을 쓰지 않으면 당신의 만행을 터뜨릴 것이다. 강선우도 울고 갈 갑질들”이라며 다른 국회의원 저격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권 주자들의 강 후보자 문제 대응이 전당대회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후보는 논란이 확산하던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따뜻한 엄마였고 훌륭한 국회의원이었다.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며 지지의 글을 올렸다. 반면 박 후보는 이날 ‘찐명’(진짜 이재명계) 핵심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당 안팎에선 박 후보가 사전에 대통령실과 교감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명심(明心)’을 시사했다는 말도 돌았다.
최승욱 김혜원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