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미 수출·교역 구조가 유사한 일본이 23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전격 합의하며 오는 25일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둔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일본이 받아낸 상호관세(25%→15%) 및 자동차 관세(25%→15%·기존 2.5% 관세 포함) 인하 폭은 한·미 협의에서 기준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과 미국이 관세 인하와 쌀·농산물 수입 확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등을 서로 맞바꾼 가운데 통상 당국도 ‘한·미 협력 강화’와 ‘국익 극대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협상 카드를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 순위에서 일본은 7위(682억 달러), 한국은 8위(658억 달러)다. 올해 1~5월 기준 한국은 10위권 밖으로 벗어났지만, 일본은 여전히 8위를 기록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일본이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 이익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한국과 일본은 대미 무역수지, 자동차 등 교역 구조가 흡사해 한·미 협상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한·미 협상 테이블에도 쌀·소고기 수입 확대와 대미 투자 확대, 디지털 장벽 완화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은 모두 농산물 수입 확대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국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을 풀기 위해선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이 필요하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재현될 경우 미국 측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 시각이다.
쌀 역시 연간 40만8700t의 저관세 수입물량(TRQ) 중 미국산 쌀(13만2000t·32%) 비중이 두 번째로 크다. 다만 일본이 무관세 쌀 수입 총량(77만t)을 유지하며 미국산 수입 비중을 더 늘리는 절충안을 선택한 만큼 한·미 협상에서도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빅테크 규제와 고정밀 지도 반출 등 디지털 규제 문제도 레드라인(한계점)과 절충안까지 모두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급망연구팀장은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 효과의 득실을 따져볼 사안들”이라고 했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 협상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2+2 통상 협의에 앞서 관세·비관세 장벽을 포괄한 협상 카드를 가다듬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협의에 나선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5일까지 미 현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및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 등과 만난다. 이날 방미길에 오른 김 장관은 “일본의 협상 결과를 면밀히 보고 있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이누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