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보다 10% 포인트 내린 15%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에 쌀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자국에 가장 중요한 산업인 자동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절반으로 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일본과 대규모 거래를 완료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협상에서 가장 큰 거래가 될 것”이라며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원)를 미국에 투자한다. 그중 90%는 미국의 이익으로 돌아와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점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기타 농산물에 대한 무역을 개방한다는 것”이라며 “일본은 미국에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도 일본에 1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일본은 영국·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완료한 5번째 국가가 됐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세율을 기존의 24%보다 1% 포인트 올린 25%로 책정했지만 무역 협상 과정에서 일본이 자동차와 쌀 시장을 개방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자 10% 포인트 인하했다.
일본은 이번 합의에 따라 연간 약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제도를 유지하면서 향후 미국산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접견한 자리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관련한 미·일 합작 벤처를 설립할 계획도 밝혔다.
일본은 이번 합의에서 미국이 자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5%의 품목별 관세율을 절반으로 줄였다. NHK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기존에 부과된 2.5%와 이날 합의한 12.5%를 합산한 총 15%의 관세율로 미국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일본 증권시장에서 이날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51% 오른 4만1171.32, 시가총액 1위인 토요타자동차는 14.34%나 급등한 2854.5엔에 거래를 마쳤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 내용을 확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품목에서 국익을 걸고 치열하게 협상했고, 그 결과가 이번 합의의 형태로 나타났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나 대면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