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 부담 던 토요타… 현대차·기아 가격 경쟁력 밀리나

입력 2025-07-24 02:05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부가 일본 수입차 관세를 절반으로 깎아주기로 하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토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가 ‘관세 전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면서다. 라이벌인 현대자동차·기아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브랜드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한 업체는 제너럴모터스(GM)다. 이어 토요타그룹, 포드, 현대자동차그룹, 혼다 등 한·미·일 3국 브랜드가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시장인 중국을 내수 브랜드가 장악하면서 거의 모든 글로벌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의 절반인 12.5%로 낮추기로 하면서 토요타가 한발 앞서나가게 됐다.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절반 이상(51%)을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했다. 관세 부담으로 인해 지난달 차량 가격을 평균 270달러 인상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가격 인상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경쟁사의 가격 경쟁력은 줄었다. 현재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이는 한국 정부가 관세 인하에 실패한다면, 현대차·기아·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현대차·기아와 토요타·혼다는 미국 주력 모델의 차급이나 가격대가 비슷해 최대 라이벌로 여겨진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약 171만대 가운데 현지 생산 물량은 71만대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GM은 수출 물량 중 약 90%가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 관세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관세율 타협에 실패한다면 일본 차량과 가격이 10% 정도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익이든 판매든 둘 중 하나는 희생해야 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GM·포드·스텔란티스를 대변하는 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일본 자동차에 관세를 줄이기로 한 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맷 블런트 AAPC 위원장은 “사실상 미국 부품이 없는 일본 수입품에 북미산 차량보다 더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건 미국 산업계와 자동차 노동자에게 나쁜 합의”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미국 자동차 업체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로 거래할 수 있었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자동차 공급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다음 달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상호관세를 각각 30%와 35%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로 인해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는 중이다. 주요 증권사는 올해 2분기 현대차·기아의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GM은 이날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관세로 인한 손실이 11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관세 여파로 올해 이익이 최대 15억 유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