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제도와 기초학력, 교원 정책, 교육 예산 등 학교 현장에 문제가 쌓여가고 있지만 이를 풀어갈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정치권은 무관심하고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등은 무기력한 상태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치권의 무관심은 선거 공약 부재에서 잘 드러난다. 과거 대선에서는 미래 인재를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선발할지에 대한 비전을 담은 교육 공약이 발표됐었다. 2022년 20대 대선까지만 해도 각 정당은 정시모집 60~70%로 확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고교학점제, 초등 전일제 같은 굵직한 공약을 내놓고 교육계와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6·3 대선에서는 교육 공약이 자취를 감췄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도가 눈에 띌 정도다. 이마저도 고등교육 정책에 가깝기 때문에 초·중등 분야는 전무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학부모와 교사, 사교육 업계 등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설익은 공약을 발표했다가 표만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선후보들이 몸을 사렸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수능의 경우 폐지론부터 대학에서 신입생을 전부 수능 점수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교육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대선으로 이어졌던 지난 8개월 동안 사실상 ‘식물’ 상태였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과 ‘학원 뺑뺑이’를 해소하기 위한 늘봄학교, 수업 혁신을 위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고교학점제 등 지난 3년 동안 추진했던 정책들이 공중에 떠버렸다. 교육부 담당자조차 해당 정책의 추진 여부를 모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새 교육부 장관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고, 교육 분야 국정과제가 확정된 뒤에야 혼란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는 올해 초 내놓기로 했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발전계획)을 발표조차 못했다. 대입 제도부터 교원 정책까지 향후 10년 동안 추진할 교육 개혁의 틀이 부재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고교학점제와 대입 제도의 호환 문제, 5지 선다형 수능에 대한 문제점 등이 공론의 장에 오르지도 못했다. 게다가 현재 국가교육위는 지난 정부가 추천한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임기가 오는 9월 종료된다. 정부가 위원을 다시 구성해 발전계획을 다시 만들 경우 발표 시점은 더 늦춰질 수 밖에 없다. 교육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